[쿠키뉴스=심유철, 조미르 기자]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승기를 거머쥐었다. 9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던 여러 연령대의 시민들을 만나 문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들어봤다.
▲ 청년들 “일자리 늘려 달라” 한목소리
현재 역대 최악 수준의 실업률인 만큼 청년들은 ‘일자리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털어놓았다. 취업준비생 박혜진(26·여)씨는 “문 후보의 일자리 정책이 마음에 들어 뽑았다”며 “공공일자리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일자리도 늘어나 ‘헬조선’ 소리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교 4학년 정윤경(25·여) 학생은 “지금 청년들에게 ‘9포세대’란 말이 절대 과장된 게 아니다”라며 “공공일자리에 치우치기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청년창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부 시민들은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근무 여건을 개선해달라고 주문했다. 기간제 교사인 이윤호(35)씨는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같은 근무 환경에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법적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종은(26)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며 “세분화된 표준 근로계약서 작성을 의무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생활밀착형’ 정책 실현 소망
청년들은 출산·교육 등 ‘생활밀착형 현안’에 대한 복지정책을 당부하기도 했다. 얼마 전 아이를 출산한 김효진(29)씨는 “한국은 아이를 키우기 힘든 나라”라며 “부모들이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교육업에 종사하는 우상이(34)씨는 “가계소득에 따라 학생들 간 사교육 격차가 상당히 크다”며 “청소년들이 균형있는 교육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복지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신민정(28·여)씨는 “애견인 1000만 시대지만 동물에 대한 경시 풍조가 너무 강하다”며 “문 대통령도 애완견을 키우는 만큼 애완견 복지 정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최현민(33)씨는 “타지에서 집을 구하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라며 “주거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씨는 이어 “세금은 많이 내는데 그만큼 돌아오는 것은 없다”며 “고(高)물가를 안정시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장·노년층 “남북관계 평화적으로 해결해 달라”…노인 인구 증가, 복지 정책에 관심
이날 광화문 광장에 모인 장·노년층 시민들은 문 대통령에게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했다. 한복을 입고 광화문을 찾은 서경원(81·전라남도 함평)씨는 “남북관계를 폭력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평화적인 협상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권정아(48·여)씨는 “촛불 집회가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광화문을 찾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안보에 위기가 찾아온 가운데 문 대통령이 평화적으로 남북관계를 이끌어 갈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또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면서 “(우리나라는) 강대국과 군사·경제 이해관계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주장을 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현 가능한 노인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인과 함께 개표방송을 보러 온 최덕수(59·경기도 안성)씨는 “문 대통령이 노인 복지에 신경을 써 주기 바란다”며 “현재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직업을 찾지 못해 길거리로 내몰리는 노년층을 위한 현실적인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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