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KIA 타이거즈는 11일 현재 24승10패로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NC 다이노스와는 2경기차를 유지 중이다. 10일 kt에 패하며 연승 행진이 중단됐지만 상승세가 쉬이 꺾일 것 같지 않은 모양새다.
그런데 잘나가는 KIA에도 짙은 그림자가 있다. 바로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33)다.
버나디나는 올 시즌 KIA와 90만 달러에 계약하고 KBO리그에 입성했다. 빠른 발을 가진 외야수로서 KIA 타선의 리드오프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버나디나의 올 시즌 타율은 2할4푼2리로 규정 타석을 채운 59명의 타자 중 52위에 머물러 있다.
1번 타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타석 제외 모든 타석에서 1번 타자로 출장했음에도 출루율이 3할7리에 불과하다. OPS(출루율+장타율)는 6할7리로 53위다.
주자를 불러들이는 능력도 부족하다. 1할6푼7리의 저조한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주자를 2루에 둔 상황에서의 타율이 9푼1리에 그친다. 홈런은 1개, 타점은 12개에 그친다.
투수를 괴롭히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버나디나의 타석 당 투구수는 3.69개로 규정타석을 채운 59명의 타자 중 41위다. 사사구도 13개로 삼진(24)보다 11개가 적다. 상대 투수로서는 쉬어가는 타순인 셈이다.
하지만 빠른 발과 수비만 믿고 지속적으로 기용하기에는 KIA로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 타자를 영입할 때 수비를 염두에 두는 경우는 KBO리그 특성 상 흔치 않다. 무엇보다 타격이 우선이다.
버나디나는 규정 타석을 소화한 외국인 타자 중 출루율과 OPS가 최하위다. 타율도 삼성의 다린 러프 다음으로 낮다. 다만 러프는 2군에서 복귀한 이후 5월 7경기 중 6경기에서 9안타를 때려내며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다. 하향세를 그리는 버나디나와 상황이 다르다.
KIA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NC와 LG는 각각 재비어 스크럭스와 루이스 히메네스라는 걸출한 외국인 타자를 보유 중이다. 스크럭스는 타율 2할8푼1리 10홈런을 때려냈고 히메네스는 타율 3할8리 27타점을 기록하며 중심타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팀 성적이 좋아 버나디나의 부진이 큰 문제로 대두되지 않지만 시즌 중반 순위 다툼에 혼전이 벌어지면 KIA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KIA의 선두자리 수성을 위해선 버나디나의 반등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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