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포착] 전공서적 절판에 난감한 대학가

[키워드포착] 전공서적 절판에 난감한 대학가

기사승인 2017-05-11 17:19:29


김민희 아나운서 ▶ 제시된 키워드로 문을 열어봅니다. 키워드 포착. 오늘도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심유철 기자, 어서 오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전공 서적 절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절판된 책을 구해오라는 교수, 구하기 어려운 책을 왜 구해오라는 건지 모르겠는 학생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심유철 기자, 수업에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제가 언뜻 보기에는 교수의 억지로 보이거든요. 실제로 저런 일이 있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한 대학생의 경험인데요. 전공과목 오리엔테이션 시간, 학생은 교수로부터 황당한 말을 듣게 됩니다. 담당 교수가 지난 학기 절판된 서적을 수업 교재로 지정하면서, 그 책을 구해오라고 한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당황스러웠겠어요. 절판되었다는 건, 이제 그 책을 출판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출판이 중단된 책을 어디서 구하나요?

심유철 기자 ▷ 학생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도서관과 학내 서점으로 달려갔지만, 책을 구할 수 없었고요. 그나마 한 권이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팔리고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가격은 정가의 두 배였습니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불법 제본을 생각했지만, 학교 앞 인쇄업체들은 저작권 단속이 심해졌다며 거절을 했죠. 

김민희 아나운서 ▶ 구할 수도 없고, 또 대체할 방법도 없고. 결국 교재 없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렇게 되죠. 실제로 그 수업에서 교재를 구하지 못한 학생은 절반 이상이었고요. 옆 사람의 교재를 곁눈질하며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그 수업의 수강 포기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대학 강의에서 절판된 서적을 교재로 지정해서 곤란을 겪는 건 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인데요.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될까요?

심유철 기자 ▷ 네. 출판업계의 불황으로 교재가 절판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요. 이러한 일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그 절판되는 사례에 대해 좀 더 알려주세요. 판매되던 책을 절판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판매가 부진하거나, 저자가 출간 중단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요. 판권 만료가 되거나 또 책 자체가 표절, 선정성 등의 논란을 일으킨 경우도 절판을 하게 됩니다. 또 개정판이 출간되거나, 참고서의 경우 교육 과정 개편으로 인해 기존판이 쓸모없어지게 된 경우, 컴퓨터 관련 서적의 경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절판되기도 하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절판되는 이유가 많네요. 그럼 대학에서 강의 교재로 쓰이는 책들이 절판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대학 교수들. 특히 인문계열에서 수업 교재나 참고도서로 지정하는 책 중에서는 유난히 절판된 책들이 많은 이유는, 상업적 가치가 적은 학술 서적이 일반 소설이나 에세이에 비해 잘 안 팔리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교재를 바꾸는 노력을 하거나, 학교 측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등 뭔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심유철 기자 ▷ 그런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강의 주교재가 절판된 상황에서 대학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요. 교재 수급의 책임은 오롯이 학생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애초에 절판된 책을 구해오라는 담당 교수가 가장 문제잖아요 그런데도 교수가 직접 나서서 도움을 주지 않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교재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교수는 사이버 자료실에 파워포인트 자료나 요약된 참고 자료를 올립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파워포인트 자료는 교재를 요약한 수준이어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결국 시험 공부를 할 때도 내용 파악을 하지 못하고 단순히 외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학교측에서는요? 해결책 제시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도움은 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심유철 기자 ▷ 대다수의 대학 도서관은 지정 도서제를 운용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습니다. 그 지정 도서제는, 각 수업의 전공 교재 및 참고 도서를 도서관에 항시 비치시키는 것을 말하는데요. 하지만 80명이 듣는 대형 강의 과목의 지정도서는 한두 권뿐이니,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죠. 또 대학 도서관에서 절판된 교재를 빌린다 하더라도, 학부생 대출 기간은 최장 30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네 달가량 진행되는 한 학기 수업에서 대여로 이용하기는 무리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수업 담당 교수나 학교 측에서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않으니, 학생들은 그 책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며 돌아다녀야 하는군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학생들은 책을 구하기 위해, 시내 곳곳의 대형서점과 중고서점, 헌책방을 헤매며 발품을 팔게 됩니다. 문제는 그렇게 돌아다녀도, 결국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리고 중고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문제인 것 같아요. 앞서 절판된 책이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두 배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그렇게 비싼 값에 판매가 되고 있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특히 컴퓨터 전공의 경우 문제가 되는데요. 컴퓨터공학과 등에서 교재로 사용되는 초보자를 위한 윈도우즈 게임 프로그래밍의 경우 현재 절판돼, 중고 시장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정가는 2만 5000원이지만,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중고 가격은 5만원에 달합니다. 또 철학과 전공 교재로 쓰이는 심리철학도 정가는 1만원이지만, 중고가는 3만원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중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네요.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겠어요. 그리고 원래부터 전공서적 가격이 일반 서적보다 비싸죠? 

심유철 기자 ▷ 네. 전공서적의 가격은 보통 3만 원에서 비싼 책은 7만 원대까지 올라갑니다. 전공에 따라 다르지만, 책을 두 권 이상 사야하는 수업도 있고요. 일반적으로 한 학기 당 20만 원 정도를 교재비로 사용하는데요. 안 그래도 가난한 대학생들한테는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전공서적 없이 자료로는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우니, 결국 책을 구매하게 될 텐데요. 시급 육 천 원 대의 아르바이트 시급을 받는 학생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네요. 그리고 제 생각에 가장 문제는, 이런 상황을 만든 교수들인 것 같아요. 문제를 만든 교수들은 왜 앞으로 나서서 해결하지 않는지, 답답하네요.

심유철 기자 ▷ 맞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수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점이죠. 심지어 일부 교수는 절판 교재를 재출간 하지 않는 출판사를 탓하며, 원본을 복사해 제본하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사실상 교수가 저작권법 위반을 요구하는 셈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교수가 불법을 조장해도 되는 건가요?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이 없는 학생들은 직접 재본을 위해 인쇄소를 찾는 학생들도 있겠어요.

심유철 기자 ▷ 네. 하지만 오히려 인쇄소들이 저작권법 위반 시 처벌을 우려해, 제본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 136조에 따르면 복제 등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거든요.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저작권자 사후 70년까지 보장되고요. 절판된 교재도 저작권이 남아있다면, 책 내용의 10분의 1 이상을 복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과거와 다르게 캠퍼스 인근 인쇄업체들은 불법 제본 요청에 쉽게 응하지 않고 있죠.

김민희 아나운서 ▶ 오히려 인쇄소 측에서 거절한다는 거죠?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쿠키뉴스가 관련 취재를 위해, 서울시 내 대학가에 위치한 인쇄업체 12곳을 돌며 절판된 교재 2부의 제본을 문의했는데요. 이 중 7곳은 절판된 교재라도 저작권이 남아있다면 제본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고요. 또 10부 이하의 소량 제본은 인건비가 더 든다며 거절한 업체도 있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문제를 만들어놓고 나 몰라라 하는 교수, 도움 안 되는 학교, 도움을 주고 싶어도 못 주는 인쇄업체. 결국 이 일을 책임져야 하는 피해자는 힘없는 학생들인데요. 이렇게 학생들이 절판된 교재로 힘들어한다면, 출판업계에서 도와줄 수는 없을까요?

심유철 기자 ▷ 학생들이 곤란을 호소하고 있지만, 출판업계는 재출간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대학 교재는 전문서적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수요가 많지 않거든요. 출판업계에 따르면 불법 제본, 중고 매매 등으로 인해 전문서적 실구매자는 수요자 수보다 훨씬 적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책을 출간해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회사 이익에 도움이 안 되는 책이라는 거군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실제로 대다수 출판업계는 해마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한국 출판 저작권 연구소에 따르면, 21개 주요 단행본 출판사의 2015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14.9% 감소했습니다. 대표적인 대학교재 전문 출판사인 박영사의 2015년 영업 이익은 전년 대비 37%나 줄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게나 어렵나요?

심유철 기자 ▷ 출판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100명이 듣는 전공 수업에서 교재를 사는 학생은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인문, 사회 전공 서적은 1년에 10권 팔기도 어려워, 제작한 책을 창고에 보관하는 비용이 더 드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고요. 실제로 한 출판사에서 1년에 5~10권의 전문서적을 절판하고 있는데요. 전문서적 출판업계의 적자가 지속된다면, 한국에서 대학교재를 제작하는 출판사는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 상황도 이해가 가요. 하지만 모든 피해는 결국 학생 몫이라는 점이 문제죠. 최소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해 줘야 하잖아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최종적인 피해는 교재를 수급하지 못한 학생들이 지게 된다는 점이 가장 문제죠. 절판되어 버린 탓에 교재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이 PPT 등 보조 자료에만 의존해 수업을 듣게 된다면,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결국 성적 등 학생에 대한 평가와도 연계될 여지가 있으니까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심유철 기자 ▷ 애초에 담당 교수가 수업을 설계할 때, 학생들이 구하기 어려운 책을 주요 교재로 삼아서는 안 되겠죠. 어떻게 보면, 교수가 학생에게 구할 수 없는 책을 구하라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갑 질 일수도 있고요. 결국 절판 교재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수가 교재를 신중하게 선정해야 합니다. 특히 전문 서적인 대학 교재는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출판사들이 재출간을 꺼리기 때문에, 교재 자체를 바꾸거나 혹은 대학 출판사와 연계해 책을 다시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에서는 절판된 서적을 전공서적으로 삼아 학생들을 곤란하게 하는 교수 이야기를 했는데요. 강의 교재의 수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결국 제대로 된 교육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학교와 담당 교수, 출판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심유철 기자, 오늘도 감사합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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