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키워드 포착의 심유철 기자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반갑습니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문화 예술인들의 고충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안타깝고 또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먼저 김운하 씨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등지게 된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연극배우 고 김운하는 재작년 여름,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숨진 지 5일여 만에 발견되었는데요. 발견 당시 특별한 외상은 없었고요. 고혈압, 신부전증, 알코올성 간질환 등,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고인은 꾸준하게 연극 활동을 해왔던 거죠? 그에 비해 수입은 많지 않았던 거고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숨지기 전까지 꾸준하게 연극 활동을 해왔지만, 극단에서는 약 30만원의 월급을 받았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 그것도 서울에서는 생계가 거의 불가능한 금액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문제는, 그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문화 예술인들이 많다는 거겠죠. 심유철 기자, 상황이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업 예술인 10명 중 7명은 한 달에 100만원도 벌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68.7%가 예술 관련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월수입이 1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고요. 그 가운데 43.1%는 월수입이 50만원 미만이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네요. 50만원, 100만원 벌어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울 텐데요.
심유철 기자 ▷ 네. 월평균 소득은 전업 예술인이 102만 9000원, 겸업 예술인이 166만 4000원으로 각각 조사됐는데요. 그건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4인 가족 중위소득인 439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입니다. 그러니 예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다른 일과 겸업을 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겸업 예술인도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마저도 비정규직 등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거든요.
이승연 아나운서 ▶ 예술인들은 생활고뿐 아니라 고용 불안에도 시달리고 있군요. 아무래도 예술을 하고 있다 보니, 겸업하는 직종이 안정적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네. 겸업 예술인의 경우, 예술 활동 외 직업이 임시직 44.4%, 일용직 21.2%로, 전체의 65.6% 정도가 고용이 불안정했고요. 특히 18~34세 청년 예술인이 임시, 일용직에 종사하는 비율은 63.6%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무명의 연극배우들이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먹고 살기 위해 배달을 한다, 막노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거군요. 앞서 영상에도 나왔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고 최고은 작가 죽음 후, 최고은법. 그러니까 예술인 복지법이 생겼잖아요. 그런데도 전혀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고 최고은 작가의 죽음 이후 2011년 예술인 복지법이 탄생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데요. 특히 문화 예술계의 임금 미지급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불공정 행위 신고 규정이 신설된 2014년 이후, 예술인 복지법에 따라 신고된 불공정 행위 283건 중 92.2%에 해당하는 261건이 임금 등 미지급이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 예술인들에게 임금 미지급은, 너무 가혹한 행위인데요. 어느 부분에서 미지급이 많은지, 또 얼마나 미지급을 하고 있는지, 그 내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심유철 기자 ▷ 장르별로는 연극, 뮤지컬, 드라마가 비중이 높고요. 1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미지급한 것이 25.6%로, 가장 많았습니다. 심지어 10만원, 15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해 신고한 경우도 있었고요. 그렇지 않아도 저임금, 불안정성에 시달리는 문화 예술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왜 그런 걸까요? 요즘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만 해도 근로 계약서 작성이 필수잖아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하지만 근로 계약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계약서 작성 역시 정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지금 사례 중 절반이 넘는 경우에서 계약서를 쓰지 않았거든요.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계약서 작성 같은 기본적인 것들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러니까 지금 예술인들의 처지를 살펴보면, 돈을 벌기도 어렵고, 또 벌어도 소액에 그치고, 그 소액마저도 지급받지 못하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뭔가 확실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예술을 한다고 해서 꼭 배고프고, 삶이 어려워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심기자, 예술인들을 위한 국가 지원 제도는 없나요?
심유철 기자 ▷ 창작 준비금 지원 제도가 있습니다. 창작 준비금은 예술인이 예술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일정 자격을 갖추면 1년 간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인데요. 하지만 문제는 그 자격 요건입니다. 자격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받기가 쉽지 않죠.
이승연 아나운서 ▶ 예술 활동에만 전념하라고 지원해주는 돈이 일 년에 300만원이면, 그것도 턱없이 부족한데, 지원 대상이 되기로 어렵다고요? 그 자격 여건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네요.
심유철 기자 ▷ 창작 준비금 지원 대상이 되려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정식 등록을 해야 합니다. 등록을 하려면, 본인 이름으로 최근 3년 안에 발매한 곡이나 앨범 등 활동 이력을 제출해야 하는데요. 사실 생계를 꾸리기조차 버거운 청년 예술인에게 그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일단 자신의 앨범을 내려면 돈이 들잖아요. 활동 이력 제출이라는 자체가 좀 애매한 것 같은데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그래서 실제 복지재단에 이름을 올린 예술인은 3만 2,000여 명 뿐입니다. 정부가 추산하는 전체 예술인 규모인 50만 명의 6%에 불과하죠.
이승연 아나운서 ▶ 창작 지원금을 받으려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정식 등록을 하는 것 외에, 다른 신청 방법은 없나요?
심유철 기자 ▷ 다른 신청 방법은 예술 활동을 통해 연간 120만원 또는 최근 3년간 36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린 사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연계에서는 그건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한 5인조 인디밴드 상황을 보면 그 답이 나옵니다. 그들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클럽 공연에서는 멤버 한 명당 5만원씩 가져가고, 그마저도 현금으로 받아 소득을 증명할 수 없고요. 음원 수익은 월 7,000원이 고작이기 때문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러니까 수익도 거의 없고, 또 그 수익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그렇게 자격을 갖추면요? 그럼 바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아니요. 겨우 자격을 갖추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습니다. 소득 금액 증명, 건강 보험 납부 여부 등 복잡한 증명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실제로 창작 준비금 300만 원을 수령한 한 예술인의 경우, 주민등록상 1촌 직계 소득 자료까지 다 검토하느라 서류 작업에만 두 달 이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아니 그건 또 왜 그렇게 오래 걸리고, 또 복잡한 건가요? 복지재단 측의 입장이 궁금하네요.
심유철 기자 ▷ 예술인 복지재단 측은 면밀한 검증 과정이 없으면, 무자격 수혜자가 판을 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러니 아예 지원금 신청을 할 생각 자체를 안 하는 예술인들이 더 많겠어요. 그렇게 복잡하게 지원금을 받느니, 다른 일과 겸업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다른 직업도 못 가지게 하면서 1년에 300만원만 주겠다는 건, 창작 활동의 저변을 넓히는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일단 예술 활동 증명 절차를 좀 더 간소화해야 하고요. 또 개선 방안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액수도 대폭 높여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겠죠.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문화 예술인들의 고충에 대한 이야기 나누고 있는 키워드 포착. 예술은 하고 싶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고, 정부에서는 도움을 주지 않는 그들의 삶이 너무 안타까운데요. 심기자, 예술인들의 복지에 대해서 전혀 논의가 되고 있지 않은 건가요?
심유철 기자 ▷ 꾸준히 논의는 되고 있습니다. 작년 말이죠. 2016년 12월, 예술인들도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료의 절반가량을 지원해 주는 내용을 담은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어떤 해택을 받을 수 있나요?
심유철 기자 ▷ 평균 고용보험료 4만 2000원 가운데 2만 원가량을 예술인들이 정부로부터 보조받을 수 있게 되는데요. 예술인이 예술인 복지재단에 예술인 활동 증명을 등록하고 월 2만1100원 가량의 고용보험료를 12개월 동안 내면, 실업 발생시 3개월 간 매달 약 105만 원 정도를 실업 급여로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정식 고용이 되어 있지 않은 예술인들에게 고용보험은 꼭 필요한 제도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활동 증명 간소화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내용이니까요. 그 부분의 개선이 빨리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문화 예술인들이 겪는 건 생활고뿐이 아니죠. 최근 박근혜 정부와 이념 성향이 다른 문화계 인사들의 이름이 대거 포함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돌고 있어 그 파장이 큰데요. 그 관련해서 좀 살펴볼게요. 심기자, 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누가 작성한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아직 조사 중이라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교육문화수석실이 리스트를 작성했고, 그 내용을 문화체육관광부에 하달했다는 사실은 밝혀졌는데요. 세월호 사건 이후, 청와대 정무 라인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국으로 지원해주지 말라는 예술인들의 명단이 내려왔고, 그게 다시 산하기관으로 전달돼 실행에 옮겨졌다는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청와대, 국정원 등 정부 기관 여러 곳에서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지원해주지 말라고 따로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요. 그 명단에는 누가 들어 있나요? 꽤 많은 사람들이 올라있다고 들었어요.
심유철 기자 ▷ 문화예술인 594명과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754명 등을 포함해 9437인의 명단이 들어있는데요. 노벨 문학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한국 작가로 꼽히는 시인 고은과 한국 작가 최초로 영국의 세계적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도 블랙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고요. 작곡가 김형석과 배우 정우성도 올라있습니다. 특히 청와대가 문화계 블랙 리스트 작성을 주도하면서, 이른바 좌파로 분류한 인사들뿐 아니라 비선실세 최순실의 이권 개입에 방해가 되는 인사들까지 리스트에 포함시켰다고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문화 예술인들까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더러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다니요. 대체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예술인들은 왜 그 블랙리스트에 오른 건가요?
심유철 기자 ▷ 한 예를 들면요. 중소업체 영화 배급사 엣나인필름은 지난 2012년 고 김근태 민주당 의원이 민주화운동 시절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22일간 모진 고문을 당한 내용을 다룬 영화 남영동 1985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2013년 지원을 받은 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죠.
이승연 아나운서 ▶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정부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거의 그렇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의 민간 단체 예산 지원 현황을 보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개인, 단체가 예산 삭감 또는 심의 탈락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구속된 최순실과 차은택이 문화 융성의 깃발 아래에서 수 천 억 원을 주무르는 동안, 기초 예술에 종사하는 많은 예술인은 몇 십 만원의 지원조차 끊기는 수모를 겪고 있었던 건데요. 그 명단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살펴볼게요. 지원 외에 다른 문제도 있었나요?
심유철 기자 ▷ 네. 시인 김소월의 삶을 다룬 낭독 음악극 소월산천은 국립국악원 공연 담당 실무진이 상부의 지시를 받고 외압을 행사한 경우입니다. 국악연주단체인 앙상블시나위를 주축으로 기타리스트 정재일, 연출가 박근형이 협업한 공연으로 주목받았지만. 국립국악원은 예정된 공연을 취소했습니다. 당시 실무진은 박 연출가와의 협업을 배제해 줄 것을 앙상블시나위 측에 요구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박 연출가가 2013년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개구리라는 작품에 참여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기 때문으로 문화 예술계는 보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어이없는 일이네요. 또 다른 피해 사례가 있었는지에 대해 특검에서 이미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사실 이 블랙리스트는 존재만으로도 소름끼치는 일이잖아요. 그럼 꼭 어떤 직접적인 외압에 의한 피해 사례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가요? 블랙리스트 존재 그 자체만으로는 관계자들을 처벌할 규정이 없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일단 수사가 더 진행되어야 하는데요. 존재만으로 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고요. 공무원들의 직권 남용과 문화 예술계에 대한 권리 행사 방해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밝혀지면, 그 때는 처벌이 가능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는 지금은 2017년입니다. 어이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정확한 수사가 이루어져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기를 기다려야겠죠. 키워드 포착. 이제 마무리해야 하는데요. 심유철 기자, 오늘 내용, 정리해주세요.
심유철 기자 ▷ 네. 대한민국에서 문화 예술인들이 살기란 참 어렵습니다. 1년간 예술 활동 수입이 0원인 예술인이 30%가 넘는 것이 현실이고요. 현재 대다수의 예술인들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고, 정규직은 4%에 불과합니다. 특히 수입이 불규칙하고 예술 활동 기간 외에 실업 기간이 길어 생활비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이죠. 문화 예술 융성은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그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이상한 블랙리스트나 만들어서 앞길을 막지 말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잘 알겠습니다. 문화 예술인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짚어본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심유철 기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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