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세현 기자] 가수 한동근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는 지난해 음원차트를 화려하게 장식한 곡 중 하나다. 이 노래는 차트를 ‘역주행’하며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덕분에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 이후 큰 주목을 받지 못한 한동근도 급부상했다. 최근 서울 모 처에서 만난 한동근은 지난 5일 발매된 첫 번째 정규앨범이 “대중의 관심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며 “앨범을 낸 후 즐거운 고민거리가 늘었다”고 고백했다. 한동근의 고민은 무엇일까.
Q. 오래 준비한 첫 번째 정규앨범 ‘유어 다이어리’(YOUR DIARY)를 발매한 소감이 궁금하다.
한동근 :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활동 중이에요. 제 노래를 칭찬해주시고 들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TV에 출연해 노래하고 있죠. 감사하고 좋은 것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애매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Q. 앨범이 나온 현재 느끼는 애매한 기분이란 무엇일까?
한동근 : “앨범 작업할 때는 최선을 다했는데, 막상 지금 와서야 들리는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수정한다고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도 그렇더라고요. 많은 분이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건 기분 좋아요. 앨범에 대한 호평은 듣기 좋지만, 앨범을 들을 때 저만 아는 아쉬움이 있는 거죠.”
Q. 앨범 수록곡 작사·작곡 작업을 했는데, 어떤 경험이었나?
한동근 : “작사와 작곡뿐 아니라 믹싱에도 전곡 참여했어요. 앨범 재킷도 제가 의견을 냈죠.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이렇게 작업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앨범 만드는 과정 자체가 정말 재미있었죠.”
Q.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나?
한동근 : “제가 음악을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라서 이전에는 스태프들이 제 의견을 물어봐도 대답을 잘 못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앨범 작업을 하면서 하나씩 배워 나갔죠. 음악 작업을 함께한 형들이 먼저 ‘믹싱할 때 무조건 같이하자’라고 해서 믹싱에 참여하게 됐어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어서 한 번 앉으면 6시간씩 앉아 있고 그랬어요. 형들이랑 음악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배울 것도 많았고요. 녹음할 때 분위기가 조금 날카로워도 마치고 잘 불렀다는 말을 들으면 그날 밤 술 한잔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기분 좋은 경험이었죠.”
Q. 앨범 작업을 하면서 즐겁게 배운 것이 많은 것 같다.
한동근 : “이전엔 이런 기회가 없었잖아요. 음원차트에서 역주행을 하고 대중이 관심을 주셔서 저에게 기회가 생긴 거죠. 제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고 기분 좋아요. 벌써 다음 앨범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과 콘셉트도 유심히 살펴봐요. 혼자 하는 즐거운 고민거리가 늘었어요. 음악 작업은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형들이 마음을 넓게 먹고 가르쳐줘서 이번에 재미를 알게 됐어요.”
Q. 전작인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등이 크게 성공했는데,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한동근 : “부담이 엄청났어요. 윗분들은 ‘이소설’ 같은 노래를 원하시기도 했어요. 작곡가인 제피 형과 제가 곡을 각자 쓰면서 ‘그런 노래가 뭐지’라고 한참을 고민했죠. 그러다가 막상 스타트가 끊기고 나니까 곡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졌어요. 우리가 좋은 음악을 썼다는 자신감은 이미 있었고, 그걸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도 했으니까요. 물론 앨범을 내기 직전에는 부담감이 최고조에 달했죠. 혁오, 아이유… 엄청난 분들이 비슷한 시기에 나오셨잖아요(웃음). 약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차트 안에만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Q. 이번 앨범에서 이것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은?
한동근 : “앨범 완성도 자체요.”
Q. 그에 비해 아쉬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동근 : “손이 더 많이 가도 손질을 더 해볼걸. 물론 노래는 지금도 엄청 복잡한데 조금만 더 해볼 걸 하는 마음이 남더라고요. 다른 악기는 훌륭한데 보컬 밸런스를 조금 더 섬세하게 만져볼 걸 하는 아쉬움이 가장 커요. 이젠 그런 걸 하는 재미를 알았으니까요.”
Q. 이번 앨범에서 가장 대중을 신경 쓴 트랙은 무엇인가.
한동근 : “일단 대중의 기준에 맞춰서 작업한 곡은 당연히 타이틀곡인 ‘미치고 싶다’ 입니다. 수록곡 ‘북극태양’도 마찬가지죠.”
Q. 반면에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둔 트랙은 무엇인가.
한동근 : “ 첫 번째 트랙인 ‘기념일’ 같은 경우는 아무 욕심 없이 재즈로 만든 곡이에요. ‘흐린 날’은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가사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만들게 됐죠. 제가 곡을 많이 쓰긴 하지만 아직 확 꽂히는 후렴을 쓰는 훈련이 덜 됐어요. 가사도 서술형이 많고요. 제가 쓴 곡들은 대중을 신경 썼다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어서 만든 노래들이 많아요.”
Q. 치열한 차트 경쟁 속에서도 타이틀곡 ‘미치고 싶다’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작처럼 롱런의 가능성도 보이는데.
한동근 :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대 제가 직접 음원사이트에 댓글을 썼는데 그게 반응 좋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1등으로 댓글을 쓰고 베스트 댓글에 올라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런데 앨범을 공개하는 순간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확인했더니, 그때만 해도 댓글이 200개 넘게 있더라고요. 그때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Q. 본인에 대한 댓글을 자주 확인하는 편인가?
한동근 : “저는 음원사이트 댓글도 다 봐요. 거의 다 본다고 봐도 무방해요. 지금도 밀린 거 하나도 없이 제 앨범 밑에 있는 2000개가 넘는 댓글 다 읽었어요. 제 음악을 듣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저는 가수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수는 감정적인 것을 대변해주는 사람이잖아요.”
Q. 댓글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한동근 : “어떤 분이 ‘동근아 순위 생각하지 말고 평생 음악해라. 나는 네 노래 계속 들어줄게’라고 써주신 것을 보고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어요. 저는 박수를 너무 받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고 그것에 굶주리고 있었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런 말 한마디가 너무 감사하죠.”
Q. 앞으로 활동 각오는 무엇인가.
한동근 : “집에 들어가서 ‘와 내가 이제 이렇게 내 침대를 두고 작업실에 방음벽도 설치하고 거기에 강아지도 두 마리 데리고 살 수 있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런 것들이 정말 감사하게 다가와요.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저에게 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아요. 이번에 활동하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런 분들에게 제 노래를 성실하게 들려 드리고 싶어요. 감사한 마음 어떻게 다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가수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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