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연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돈 봉투 회식'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핵심 간부인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을 감찰하라고 법무부와 검찰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고위간부들의 만찬을 둘러싼 의혹 감찰을 직접 지시한 것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제도 개선과 별도로 인적 쇄신 형태의 검찰개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감찰 대상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이다.
이 지검장은 지난달 21일 안 국장 등과의 회식 자리에서 검찰국 과장(부장검사) 2명에게 100만원씩 든 돈봉투를 전달했다. 안 국장 역시 이 지검장을 수행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4∼5명에게 70만∼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 다만 검찰국 과장들은 하루 뒤 이 지검장에게 받은 돈을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 돈의 출처에 대해 "특수활동비로 마련한 격려금"이라며 "대형사건 수사가 끝나면 수사비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지급하는 건 법무부와 검찰의 오랜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감찰조사를 통해 이 격려금의 출처와 제공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수활동비의 원래 목적에 맞게 집행한 것인지, 이번 파문과 별개로 그동안 법무부와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제대로 사용했는지 등도 조사 대상이다.
감찰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나란히 진행된다. 청와대의 의지가 강한 만큼 강도 높은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이 특정 부처의 감찰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검찰 안팎에선 '사실상 자진자퇴 요구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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