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의 꽃, 의류MD]④ 정구호 디자이너의 힘, 'J by' 론칭한 현대홈쇼핑 이지선 책임

[홈쇼핑의 꽃, 의류MD]④ 정구호 디자이너의 힘, 'J by' 론칭한 현대홈쇼핑 이지선 책임

[인터뷰] 현대홈쇼핑 이지선 책임

기사승인 2017-05-19 05:00:00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현대홈쇼핑은 홈쇼핑 중에서도 패션 자체 브랜드에 눈을 늦게 뜬 편이다. GS와 CJ, 롯데가 먼저 주목한 패션 PB(Private Brand) 시장에 늦게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홈쇼핑은 탑 디자이너 중 하나인 정구호 디자이너를 영입하면서 단숨에 기세를 몰아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섬과 손 잡고 만든 모덴 등 다양한 의류 PB제품을 출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지선 책임은 정구호 디자이너와 함께 하면서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소녀 같은 감성이 돋보이는 이 책임은 가녀려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정구호 디자이너 영입의 일등 공신이다. 이 책임은 브랜드에 대한 애착도 큰 데다가 앞으로 이 브랜드의 확장성을 넓혀 나가 다양한 것을 해 보고 싶은 열의로 가득 차 있었다. 

-MD경력은.  

=13년차다. 전 직장에서 작은 브랜드를 연습 삼아 론칭한 적은 있는데 이렇게 규모 있는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 

-제이바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제이바이는 고급스러운 현대백화점의 이미지에 딱 맞는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게 됐다. 3년 전 당시에는 현대홈쇼핑에 스타급 브랜드들이 별로 없었다. 있었긴 한데 GS샵에서 하는 손정완 급의 디자이너는 아니었다. 저희는 좀 더 고급스럽고 더 알려진 디자이너가 현대홈쇼핑의 디자이너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중에 가장 하고 싶은 분은 정구호 선생님밖에 없었다. 상무님의 주선으로 만나뵙게 되었는데, 홈쇼핑 유통에 대한 관심이 없으셔서 처음에는 식사만 했다. 제가 홈쇼핑이 얼마나 새로운 세상인지, 채널 중에서도 홈쇼핑은 승승장구하고 있고, 굉장히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해 드리고 그랬다. 그런데 처음에는 정중하게 거절하셨다. 

-어떻게 수락하셨나. 

=저희가 틈틈이 카톡도 보내고 챙기고, 몇 번을 더 만나서 같이 해보자 라는 말씀을 드렸다. 한다고 하셨다가 중간에 또 뒤로 한 발짝 물러나셨다. 1년 정도는 계속 고민하시다가 마지막으로 최종 거절을 한 번 하셨다. 너무 마음이 다급해서 정말 뜬금없는 걸 했다. 옛날에 남자친구나 연예인에게 종이학 같은 것 주듯이 같은 팀 친구들 모아서 학을 접었다. 블랙앤화이트 무드를 좋아하시니까 블랙으로 흑학을 만들어서, 상무님이 식사 자리를 마지막으로 만드신다고 해서 그 때 전달해 드렸다. 그것을 하나의 계기로 해서 브랜드를 만들자고 성사가 됐다.  

-제이바이는 정구호 디자이너의 세컨드브랜드라고 해야 되나.  

=새로운 브랜드다. 처음에는 실제로 만드는 협력업체 이사님과 저랑 정구호선생님이랑 만나서 어떤 걸 좋아하시는지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구호 선생님이 이런 식으로 가고 싶다 이렇게 말씀하시면 저희가 기획을 했다. 그 분 마음에도 쏙 들고 우리도 팔기 적당한, 타협점을 찾았다. 다들 부드럽고 대화를 잘 하는 분들이셔서 다행이었다. 예전에 경험한 디자이너들은 까칠했는데 정구호 선생님은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젠틀하셔서 얘기도 잘 되고 그랬다. 

-타협점을 잡는 게 좀 어렵지 않았나. 

=어려웠던 것은 아무래도 정구호 선생님을 맨날 만나는 게 아니니까. 저랑 협력업체 쪽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게 더 많았는데, 디자이너에게 맞는지 안 맞을지 감각이나 안목의 수준을 생각하고 절충점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지금까지 홈쇼핑 MD로 일하면서 가장 창의적인 일에 가까운 일을 했던 것 같다. 업무가 늘 숫자를 다루기 때문에 의외로 아무리 의류 MD라고 해도 디자이너처럼 사고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일에 가깝게, 디자인에 가까운 구상을 했다. 기본적으로는 매출을 크게 해야 하는 브랜드여서 소수의 입맛에 맞출 수는 없기 때문에 지점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 때 일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싶다. 

-제이바이의 특징은. 

=원래 구호 선생님의 스타일을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홈쇼핑에서 잘 사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채널 돌리다가도 한번 선다고 하더라. 옷이 달라붙는 옷이 아니라 공간감이 있는 옷이다. 실루엣이 많이 살아 있고, 우아한 형태감을 유지하는 실루엣을 만들려고 늘 노력한다. 그걸 저희는 ‘공기가 있는 실루엣’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홈쇼핑에서 시간당 몇만장씩 파는 옷이라고 해도 최대한 그런 걸 잘 살려서 디자인 고유의 느낌을 많이 줄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구호 선생님을 알거나 옷을 사 본 사람은 딱 안다고 하더라. 

-구체적으로 뭐가 다르다고 할 수 있는지.

=소재도 저희가 다른 브랜드보다 더 좋은 것으로 쓴다. 가격은 다른 브랜드보다 15% 정도 높은 수준이다. 매우 고가의 브랜드를 처음부터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디자이너의 옷을 사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도 살 수 있도록 진행을 했기 때문에 옷이 많이 비싸지는 않다. 저희가 최근에 팔고 있는 건, 여름 옷이라 조금 저렴하다. 아사 면이라고 아삭거리고 시원한 면이 있다. 아사 면 블라우스 4종을 8만9900원에 팔고 있다. 블라우스도 정말 잘 된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소재를 가지고 하고 있다. 정구호 디자이너 주변의 분들이 정말 많이 구매를 하신다. 그게 신경이 쓰여서 홈쇼핑에서 많이 쓰는 소재는 잘 안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 봉제 퀄리티라든가 그런 것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퀄리티를 하려고 하고 있다. 시중 옷 대비 정말 좋다,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쇼핑에서 가성비 이런 것들이 매우 중요한 때다.

=한 번 구매한 고객들이 계속 사시고 있다. "저번 가을에도 샀고, 겨울에도 뭘 샀고, 봄에도 샀는데 만족이에요" 이런 분들도 있고. 저에게 개인 메일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자기가 구호 선생님 팬인데 이렇게 진행을 해주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어떻게 저를 알고 메일을 보냈다. 앞으로도 더 좋은 것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하면서 사소한 불만까지도 저한테 얘기하고. 너무 이렇게 싸게 안 하셔도 된다, 이렇게 하셨다. 홈쇼핑 MD를 오래 했지만 이런 경우도 처음이다. 

-재구매율을 산정해 본 적 있나. 

=그렇게까진 없는데, 확실하게 한 번 구했던 건 브랜드 론칭날 총 4가지를 팔았다. 그런데 3번 상품을 산 사람이 1번 3번 상품을 구매한 비율이 50% 이상 됐었다. 그 이후로는 안 구해봤다. 방송 본 사람들이 끝까지 다 보고 있다가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산 것이다. 저희가 신규 고객도 많았고 홈쇼핑에서 안 사본 이들도 많았다. 강남 3구에서 주문이 많이 들었다. 데이터가 너무 튀어가지고 한 번 다시 뽑아볼 정도로. 

-백화점에서 옷을 사던 분들이 홈쇼핑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다. 신경 쓰고 있나.

=2016년 9월 30일 토요일에 론칭 방송을 했고 4벌을 한꺼번에 냈다. 백화점에서 신상품 구매율이 굉장히 많이 떨어지지 않나. 그런데 홈쇼핑에서는 그때그때 유행하는 신상품을 백화점과 거의 비슷한 퀄리티로 만들기 때문에 백화점에서 보던 사람들이 더 보게 되는 것 같다. 처음부터 옷을 별로 안 사는 사람들은 홈쇼핑에서도 잘 안 산다. 옷을 사고 싶어서 이곳저곳 둘러보는 이들이 사실 많이 사시는 거다. 백화점에서 한 벌 살 돈이면 이 곳에서 많이 살 수 있으니까 많이 사신다. 그런데 동대문에서의 봉제 퀄리티, 자라 같은 SPA에서 못 사겠다고 하는 분들이, 홈쇼핑은 훨씬 수준이 높기 때문에 많이 사신다. 예전보다도 옷이 많이 좋아졌다. 홈쇼핑이 오랫동안 하면서 생산기술 자체가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저가 옷들도 정말 많이 좋아져서 홈쇼핑 직원들도 정말 많이 사신다. 방송 화면을 자세히 보면 설명을 듣지 않고도 원단의 질 같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디자이너 이름이 있으면 더 신뢰가 가는데.

=디자이너 이름이 있으면 함부로 못 만들게 된다. GS샵의 와니 같은 브랜드도 신경쓰여서 함부로 못 만든다. 저희도 상무님 사장님 등아 직접 자주 보시기 때문에 퀄리티가 떨어지는 옷을 만들 수가 없다. 이 제이바이 외에도 진행하는 브랜드가 굉장히 많지만 조금 더 방송 매출을 위해 만드는 것이라고 하자면, 이 옷은 매출도 매출이지만 우리 회사의 이미지 같은 거다. 그래서 함부로 만들 수 없다. 공을 들여서 만드는 것이다. 댓글이라도 안 좋게 나오면 지금까지 공들여 해놓은 게 무너질 수도 있고 그래서 신경이 너무나 쓰인다. 

-현대홈쇼핑에서도 제이바이를 대표 브랜드로 보고 있나. 

=저희 전담 쇼호스트 김동은씨가 고정해서 진행하고 있다. 피디님도 가장 경력이 긴 책임급 피디님 두 명이 전담 배치돼 있다. 마케팅 지원도 많이 해준다. 저희 전 팀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은 다 도와주고 있는 브랜드다. 작년에는 회사에서 지원해서 런칭할 때 트렁크 쇼 같은 것도 열었다. 저희가 이런 브랜드를 만들었고 언제 할 거고 이런 이런 거다, 이렇게 사람들 초청해서 하고. 모델도 입히고 그런 행사를 만들었다. 

-한섬과 SK네트웍스도 인수하고, 현대홈쇼핑에서 패션에 관심이 많지 않나. 

=저희가 한섬과 해서 모덴이라는 브랜드를 같이 진행하고 있고. 저희 회사에서 사장님도 그렇고 패션에 예전보다 더 관심이 많으시다. 예전에는 생활 가전이나 식품이나 이런 쪽에 관심이 많다면 이제는 패션 중심적으로 생각하신다.

-홈쇼핑에서 의류를 주목하는 이유는.

=의류의 비중 자체는 언제나 비슷한 것 같기는 한데, 개인적 사견인데 유통에서 패션 카테고리가 붐업이 되고 잘 되면 전체적으로 굉장히 잘 돼 보이는 이미지가 있다. 아무리 식품이 잘 팔리거나 에어컨이 잘 팔려도, 이런 브랜드들이 등장해서 "현대에서는 제이바이가 있대, 다른 것도 많아" 이렇게 하면 입소문이 난다. 골치 아픈 카테고리지만 유통에서 간과할 수 없는 카테고리다. 그리고 사실 차별화시킬 수 있는 포인트가 패션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저희 회사가 에어컨 정말 많이 팔지만 저희 단독상품도 아니고 차별화는 안 되지 않나.

-H몰 같은 곳에서도 제이바이도 잘 팔리나. 

=저희 런칭할 때 아직 방송도 하지 않은 상품을 전전날 이틀 정도 H몰에 노출했다. 원래 방송 안 한 제품은 잘 안팔린다. 방송 한 이후부터 방송을 본 사람들이 기억을 해서 팔리기 시작하는데, 방송 안 하면 정말 안 팔린다. 그런데 방송 전에 1억 정도 판매가 됐다. 그래서 저희도 매우 놀랐던 것 같다. 확실히 뜨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깜짝 놀랐다. 

-타깃 연령층이 몇 살 정도 되나.

=30대 후반부터 40대, 50대 초반까지는 많이 산다. 홈쇼핑의 타깃보다는 젊은 편이다.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닌데 굉장히 젊다. 제이바이의 확장성이 커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작년에 저희가 진행한 브랜드 평균 연령대를 뽑았었는데 제이바이가 가장 젊은 브랜드로 등극했었다. 올드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고급스럽게 해서 연령대가 높은 분들도 잘 입을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보니까 정구호 선생님을 40대 초반 분들도 굉장히 좋아하고 그래서 생각보다 굉장히 젊게 많이 들어오더라. 

-제이바이를 앞으로 어떻게 꾸려갈지 궁금하다. 

=블라우스 바지 등 복종은 꽤 다양한 걸 많이 했었다. 다른 브랜드들은 한 시즌에 3~4개 했지만 제이바이는 한 시즌에 10개씩 했고 토탈브랜드처럼 진행을 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못 보여준 것들이 많다. 더 고급스러운 사양에 더 좋은 라인도 생길 것이고, 또 쉽게 사입을 수 있는 볼륨마켓을 겨냥한 상품도 진행할 것이다. 이 브랜드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지나가면서도 뭐만 보면 해야겠다 생각한다. 사실 저희가 생긴 지 1년도 안 됐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도 무궁무진하다. 앞으로는 잡화, 남성의류도 해보고 싶다. 브랜드 이름 자체도 정구호 선생님이 만들었고 로고도 직접 만드셨고 그래서 매우 맘에 든다. 이걸 가지고 많은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정구호 디자이너는 이 브랜드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처음에 보통은 디자이너 분들이 한다고 하면 고가의 브랜드만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정구호 선생님은 레벨이 높은 디자이너임에도 불구하고, 대량생산했을 때 판매 가격대가 저렴하게 책정되는 걸 재미있어하신다. 또 매우 입을 만 하기 때문에완전 놀라워 하신다. 일반 브랜드는 그렇게 대량생산이 아니니까.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 협업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영입할 때가 가장 어려웠고, 조율하는 게 어려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 번 하자고 하니까 맡겨 주신다. 

-MD 직업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통 외부에서 봤을 때 회사생활은 어렵고 힘들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많이들 하는 것 같다. 돈 주니까 다니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그런데 MD라는 직업은 그 중에도 본인의 아이디어나 성실함이나 본인이 꾸려나가서 아웃풋을 낼 수 있는 종류의 직업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보다 훨씬 다이내믹하고 재밌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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