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채수빈 “‘역적’으로 많은 사랑 받아 행복… 전작에선 외로움 컸죠”

[쿠키인터뷰] 채수빈 “‘역적’으로 많은 사랑 받아 행복… 전작에선 외로움 컸죠”

채수빈 “‘역적’으로 사랑 받아 행복… 전작에선 외로움 컸죠”

기사승인 2017-05-26 18:14:36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역적’은 애틋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극 중에서도 정말 행복했거든요.”

시간이 흐른 후 자신에게 MBC 월화드라마 ‘역적’이 어떤 드라마로 남을지 묻자, 채수빈은 이렇게 답했다. 주연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드라마 30회 분량을 마친 직후였지만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드라마의 성패와 관계없이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대본을 받은 처음엔 고민과 걱정이 교차했다. 채수빈이 맡은 가령의 캐릭터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어떤 성격일지에 대해서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진만 PD가 부담을 덜어줬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촬영장에 와서 네가 하는 게 다 가령이다’라는 말이 큰 힘이 됐다. 덕분에 스스로도 연기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

“‘역적’을 하면서 배운 게 정말 많아요. 감정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 내려놓는 법을 배웠죠. 계속 내려놓으라는 감독님의 말을 믿고 따라갔더니 되더라고요. 내가 정말 그 상황에 있고 그 역할이 됐다고 믿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됐어요. 나중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감정이 올라오고 대사를 주고받는 색다른 경험을 했죠. 가령이 캐릭터도 사랑스럽고 너무 멋있었어요. 지금 시대에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그런 솔직하고 당찬 모습에서 기존 여성 캐릭터들과 다른 매력을 느꼈어요.”


채수빈이 만족감을 느끼는 이유는 또 있다. 드디어 짝사랑 캐릭터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도 박보검의 뒷모습만 바라봐야 했고 연극 ‘블랙버드’에서도 어긋난 사랑에 빠져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 받는 역할을 소화했다. 하지만 ‘역적’에서는 드디어 짝사랑이 결실을 맺었다.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호응도 따라왔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하연이를 연기하면서 반응을 찾아보면 내 편이 없다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그때 외로움이 컸어요. KBS2 ‘발칙하게 고고’의 수아도 비슷했어요. 저만 수아 편인 느낌이었죠. 그런데 이번에 가령이 역할을 맡으면서 이게 진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이해받는 거구나 느꼈어요. 제 역할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는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길동이 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죠. 5~6개월 동안 연기하면서 사랑받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많이 느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처음엔 막연한 꿈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소속사 대표를 만나 인연을 맺으며 그 꿈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대표가 연락을 주고받다가 채수빈이 스무 살이 되면서 연기 전공으로 대학교에 들어가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막연했던 배우의 길을 실제로 걷게 되자 생각지 못한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과 실제 현장은 굉장히 달랐어요. 저는 배우들이 드라마의 순서대로 연기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실제 촬영장에서는 뒤에 장면을 먼저 찍고 앞에 찍는 경우가 많았어요. 내 인물의 감정선도 정리해야 하고 연기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죠. 알 것 같은데 다시 미궁으로 빠지고 어려움이 닥치기도 했어요. 생각했던 것과 달랐지만 커다란 매력도 있었어요. 특히 관객과 소통할 때가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어요. 내 슬픈 감정, 기쁜 감정을 상대방도 느끼고 함께 울고 웃어주면 배우로서 쾌감이 느껴져요.”

채수빈은 인터뷰 전날 일기를 썼다고 털어놨다. 출연 작품이 끝날 때마다 자신이 연기한 인물에게 편지 쓰듯이 일기를 적는 습관이 있단다. 청승맞게 울면서 글을 적다보면 스스로 정리되는 느낌도 든다. 채수빈은 이렇게 가령이를 떠나보내며 쉴 틈 없이 다음 작품 준비에 돌입한다. 오는 7월 방송 예정인 KBS2 금토드라마 ‘최강 배달꾼’이 차기작으로 확정된 상태다.

“작품을 하나씩 만날 때 마다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는 느낌이에요. 작품의 길이나 어둡고 밝음에 상관없이 뭔가 배우는 것이 있어요. 스스로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거든요. 그래서 계속 작품을 하게 됐어요. 아직 지치기보다는 더 욕심이 나요. 조금 쉬어야겠다 싶으면 여행도 다녀오고 하겠지만, 아직은 일할 때 느끼는 행복이 더 큰 것 같아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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