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 베트남 다낭(Ðà Năng]과 호이안(Hội An)을 돌아보는 기회가 있어서 다녀왔다. 다낭은 최근에 뜨는 핫한 여행지이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 중의 하나로서 베트남의 커피문화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로 알고 베트남 다낭공항에 내렸다.
베트남은 2016년 기준 세계 제2의 커피의 생산국이며(2750만 포대, 전체 커피생산의 생산량의 19.8%), 로부스타(Robusta) 커피의 최대 수출국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나라는 어딜 가나 커피에 관한 한 자부심이 넘친다. 하지만 매장에 들어간 손님을 대하는 것은 어딘지 퉁명스럽고 불친절해서 적잖이 당황했다. 느낌상 손님 오는 것이 귀찮다는 듯, 자기네 커피를 마시려면 마시고 아니면 말라는 식이다. 아직 서구식 경영마인드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이방인들을 대하는 그들만의 방식인지 모르겠지만 서비스정신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카페의 간판 중에는 팜 카페(Farm Cafe)라는 글씨와 로스팅(Roasting Cafe)라는 글씨가 쓰인 곳이 많았는데, 그에 비해 로스터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테이스팅(Tasting)한 결과도 그리 좋진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계 어딜 가나 맛있는 카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베트남도 다르지 않았다.
최근에 베트남 하면 족제비 똥 커피인 위즐(weasel)커피가 유명하다. 관광객들마다 베트남에서 사오는 커피가 위즐 커피이다. 관광지답게 위즐 커피를 파는 커피원두 판매점이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커다란 항아리에 담겨진 그 커피들은 도대체 언제 로스팅(Roasting)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커피봉투에 쓰인 유통기간은 봉투에 원두를 담는 날을 기준으로 하는 듯 했다.
호이안(Hội An)에도 커피 체인점이 있었다. 이곳에서 점원이 두 개 사면, 하나 더 끼워준다고 권해서 구입한 원두는 가격이 매우 비쌌다. 350g 한 봉지에 원화로 7천원쯤 했는데, 그 봉투 전면에 크고 자랑스럽게 인쇄된 글씨를 보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100% 로부스타 커피(Robusta Coffee)”
로부스타 커피는 비교적 저가의 커피로 아라비카 커피에 비해 카페인 함량이 높고 향미와 산미가 떨어져 인스턴트 커피의 주재료로 사용된다. 장점이 없지는 않지만 선호하는 품종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로부스타 커피를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 했다.
여행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에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커피 선물가게에 들렸다. 그곳에서 만난 상황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베트남 전통 드리퍼(Dripper)인 커피 핀(phin)에 커피를 내리며 설명하는 종업원의 설명을 듣고 내린 결론은, 그녀는 커피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상품을 팔려 하는데 상품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는 경우를 나는 이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본적이 없다.
여행객들은 가치가 거의 없는 커피를 비싼 돈을 주고 여행지에서 사온다. 받는 사람이 이 선물을 받고 기뻐할 것을 기대하고 말이다. 하지만 가져온 선물은 도저히 마시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커피원두의 생명인 신선도는 물론이고 원재료도 의심이 되는 경우도 많고, 로스팅의 실력도 월등히 떨어져 가치 없는 커피들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커피산지에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커피 원산지에 가보면 공통적인 현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커피의 산지에는 농부가 있을 뿐이지, 전문적인 로스터나 바리스타가 없다. 이는 마치 산유국이 정유시설이 없어서 원유 그대로 수출하고 가공한 휘발유와 같은 기름을 수입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2016년 우리나라 커피 류(類)수입량은 사상 최대로 15만9천만 톤이라고 한다. 올해 1분기 커피수입도 4만 톤으로 이는 커피수입 세계 7위국에 해당되는 수치이다. 그리고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커피문화는 아직도 알고마시는 지적문화가 아니라 남들이 마시니 마시는 집단적 나르시즘(Narcissism)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보다 건강한 커피 문화를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커피에 관해 진지하게 공부해 보자. 더 이상 모르고 판매하거나 모르고 마시지 말자. 더 맛있는 커피를 즐기기 위해 제대로 알아보자. 책도 있고, 인터넷상에 커피에 관한 좋은 포스트들도 많이 있다. 곧 여름휴가와 여행의 계절이 다가온다. 혹시라도 커피 생산국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그 나라 커피에 대해서 공부하고 다녀오길 추천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맛있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