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이 장남 김준영 씨에게 경영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축소하고 이마저도 회사가 유상감자를 통해 대납했다는 편법 경영승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8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 씨는 하림그룹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44.60% 보유하고 있다. 제일홀딩스는 하림과 팬오션, NS쇼핑, 제일사료, 하림홀딩스, 선진 등 하림그룹의 주요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회사다.
현재 제일홀딩스의 1대주주는 41.78%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김홍국 회장이다. 다만 김 씨는 올품의 지분 100%를, 올품은 자회사인 한국썸벧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두 자회사가 가진 제일홀딩스 지분을 합치면 총 44.60%가 된다. 따라서 하림그룹 회장인 김홍국 회장보다 더 많은 그룹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김 씨는 2012년 아버지인 김홍국 회장으로부터 올품의 지분 100%를 물려받으면서 100억원대 증여세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증여세는 지난해 올품이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는 김 씨를 대상으로 6만2500주의 유상감자를 실시해 지급한 100억원으로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감자란 주주가 회사에 본인 주식을 팔고 회사로부터 돈을 받는 방식을 말한다. 결국 김 씨는 올품의 지분 100%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회사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증여세를 납부한 셈이다. 김 씨에게 100억원을 지급한 올품은 직후인 지난해 1월 NS쇼핑 주식을 담보로 대구은행으로부터 100억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증여 이전인 2011년과 2012년 각각 709억원과 861억원이던 올품의 매출은 증여 이후인 2013년 3464억원으로 388%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증여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올품의 매출은 총 1조4807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2011년 증여 직전 올품의 자산규모에 해당하는 증여세를 납부하고, 그 이후 그룹차원의 지원을 통해 올품을 성장시켜 막대한 이득을 취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장으로 인한 이익도 있다. 제일홀딩스는 오는 12~13일에 기관투자자 대상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20일경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제일홀딩스 공모주식 수는 전체의 28.8%인 2038만1000주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2만700원에서 2만2700원으로 실제 공모가가 최상단 밴드인 2만2700원으로 결정될 경우 상장 이후 시가 총액은 1조6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44.6%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김 씨는 7136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편법 승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여당 정책과 궤를 달리하는 행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그간 재벌과 대기업이 일감을 몰아주거나 떼어주기를 통해 편법으로 승계했다”면서 “여야 모두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강조한 만큼 관련 법령을 개정해 즉각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의장은 하림그룹 등을 지목하며 “하림이 새로운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