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권장가격표시제 이후 최대 80%까지 할인된 가격에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늘어나고 있다. 빙과업계에서는 미끼상품인 아이스크림만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만큼 결국 일선 점주에 물건을 대주는 중간유통업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0년 대구 등 영남지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최근 불경기를 타고 현재 경기·남양주 등 수도권 인근까지 북상한 상태다. 올 4~5월경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할인점은 전국적으로 25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이스크림 외 다른 제품을 취급하지 않다보니 인건비와 인테리어비용이 적고 공간과 쇼케이스, 제품만 있으면 돼 초기 투자금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 가격은 300원, 빵류 아이스크림 500원, 콘류 700원, 통 형태의 떠먹는 아이스크림은 3000원 수준이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최대 70~80%까지 할인된 상황으로 과거 ‘폭탄세일’을 내세우며 출혈경쟁을 지속하던 동네슈퍼 판매가격과 비슷하다.
관련업계에서는 2010년 생겼다가 사그라들었던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부활’을 지난해 8월 실시된 아이스크림 권장가격표시제 때문으로 보고 있다. 권장가격표시제로 인해 일선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가격이 소폭 상승되자 그 차액을 노리고 틈새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선 슈퍼에서는 아직도 30~50% 할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편의점 등에서는 표시된 권장가격으로 판매하는 곳이 많다”면서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슈퍼·편의점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권장가격표시제 시행 이전 아이스크림은 기형적인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제조업체에서 슈퍼로 납품되면서 유통마진이 추가되는 다른 제품과는 달리 아이스크림은 최종 판매가에서 역순으로 유통마진이 더해져 출고가에 반영됐다. 전체 판매처의 70%가 넘는 동네슈퍼는 물론 일선 슈퍼에 아이스크림을 납품하는 중간유통상이 추가 할인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후 권장가격표시제가 시작되면서 일선 슈퍼의 할인율은 차이가 생겼다. 마진을 줄이면서 일선 슈퍼는 집객을 위해 기존 가격을 유지하거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가격을 올리는 형태로 나뉘었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이러한 200~300원 가격인상 차익을 수익원으로 삼은 것이다.
다만 실질적인 수익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동네슈퍼에서도 미끼상품으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만으로 확실한 이익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가격을 올렸던 슈퍼들이 일부 마진을 포기하고 할인점과 동일한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 경우 장점인 가격경쟁력 또한 상실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한) 아이스크림 제품들은 슈퍼에서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상품 성격이 짙다”면서 “수익율이 낮은 아이스크림만을 판매하는 소위 ‘100원 떨이’로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박리다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단계를 몇 개 생략한다고 하더라도 차액은 크지 않아 이 이상 할인은 어렵다”면서 “사실상 박리다매가 불가능해지는 겨울 이후에는 제품을 대주는 중간유통산만이 이득을 챙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