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와 지드래곤이 불러온 새 바람, 먼저 온 미래일까

봉준호와 지드래곤이 불러온 새 바람, 먼저 온 미래일까

봉준호와 지드래곤이 불러온 새 바람, 먼저 온 미래일까

기사승인 2017-06-16 14:58:32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최근 대중 문화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콘텐츠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영화와 극장, 음악과 음반의 기준과 정의에 대한 논란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영화감독 봉준호와 가수 지드래곤이 서 있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신작 영화 ‘옥자’의 극장 개봉을 둘러싼 갈등을 일으켰고, 지드래곤은 USB로 음반을 발매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국내 개봉을 둘러싸고 넷플릭스와 극장 업계 사이에 갈등을 일으켰다. 원인은 개봉 관행이었다. ‘옥자’에 6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 개봉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시작이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즉각 반발했다. 선(先) 극장 개봉 이후 홀드 백(개봉 3주 후) 기간을 거쳐 IPTV 서비스를 진행하는 기존 관행을 깨뜨릴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옥자’는 멀티플렉스 극장을 제외한 전국 총 66개 극장에서 소규모로 개봉될 예정이다.

지난 14일 열린 ‘옥자’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은 논란의 원인을 자신의 욕심 탓으로 돌렸다. 이날 봉 감독은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러나 넷플릭스는 극장과 스트리밍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것이 원칙이다. ‘옥자’는 넷플릭스 회원들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극장 관객을 위해 좀 기다려 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극장에서도 ‘옥자’를 보여주고 싶은 내 영화적 욕심 때문에 이런 일이 불거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봉 감독은 “룰이나 규칙이 전해지기 전 우리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다”는 얘기를 꺼냈다. 기존 관행이 있을 뿐 법적으로 정해진 선은 아직 없다는 얘기였다.

‘옥자’의 개봉 방식을 두고 칸 영화제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다. ‘옥자’는 지난달 열린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이후 프랑스극장협희(FNCF) 측에서 ‘옥자’의 개봉 방식이 기존 영화 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은 영화를 영화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결국 칸 영화제는 내년부터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 영화는 초청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미리 규칙을 정리하고 초청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를 초청한 뒤 논란을 만들어 당황스러웠다”는 입장을 전했다.

봉 감독의 ‘옥자’가 전통적인 영화 개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면, 지드래곤은 CD 형식으로 제작되는 전통적인 음반 개념에 질문을 던졌다.

지드래곤은 오는 19일 자신의 새 미니앨범 ‘권지용’을 CD가 아닌 USB 메모리칩 형태로 발매한다. 4GB 용량의 이 USB에는 음원 파일이 아닌 다운로드 가능한 인터넷 주소로 연결되는 바로가기 파일이 들어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음반 케이스에 적힌 번호를 입력하면 신곡 5곡의 음원과 사진, 영상을 내려받는 방식이다.

USB를 CD 형태와 동일한 음반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엇갈리고 있다. 음원·음반 집계 사이트 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음콘협) 측은 USB로 제작된 '권지용'을 물리적인 음반으로 간주하기 힘들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UBS 안에 음원파일이 담겨 있지 않는 점이 문제였다. 바로가기 파일을 통해 음원을 내려받아야 한다면 USB를 음반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음반 판매량 집계 기관인 한터차트 측은 ‘권지용’ USB를 음반으로 인정하고 판매량을 집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음반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향후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논란에 대해 YG 측은 “USB를 연결할 경우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서 mp3와 wav 등 두 가지 형태의 디지털 음원을 받을 수 있다”며 “음악뿐 아니라 YG에서 연말까지 제공하는 지드래곤의 사진과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음원 이상의 가치를 강조했다.

당사자인 지드래곤의 입장도 비슷했다. 지드래곤은 자신은 SNS를 통해 “누군지도 모르는 어떠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한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그저 '음반이다/아니다'로 나눠지면 끝인가”라며 “정작 제일 중요한건 겉을 포장하고 있는 디자인적 요소와 재미까지 더한 형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곳에 그 누가 어디서 틀어도 그 안에 담겨 있는 음악, 그 가수의 목소리가 녹음된 그 음악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계와 가요계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논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예능·드라마 등 방송 프로그램이 웹 드라마와 웹 예능 등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되는 과정에서 특별한 논란이나 반발은 없었다. 오히려 방송국에서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분위기고,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tvN ‘신서유기’와 KBS2 ‘마음의 소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서유기’는 웹 예능으로 시작해 방송에 안착한 경우다. 첫 시즌은 온라인으로만 공개됐다가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이후 시즌2부터는 웹과 방송에서 동시에 공개한 경우다. 또 KBS 예능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마음의 소리’는 20개의 전체 에피소드 중 10개 에피소드를 온라인에서 선공개했다. 이후 4주가 지난 시점에 방송으로 전체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항상 진통을 겪었다. 기술과 문화가 동시에 발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무언가의 등장은 전통의 반발을 불러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의 영화 '기차의 도착'을 상영했을 때 관객들은 깜짝 놀라 극장을 뛰쳐나왔고, LP로 시작했던 음악 저장 매체는 카세트테이프와 CD를 거치며 진화해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선택은 대중의 몫이다. ‘옥자’와 ‘권지용’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넷플릭스를 대하는 태도와 음반을 규정하는 음콘협의 태도를 대중은 지켜볼 것이다. 만약 지금 전통과 관행을 유지하는 입장을 보인다 해도 다음, 그다음에도 계속 같은 태도를 고집할 수 있을까. 어쩌면 미래는 이미 우리 눈앞에 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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