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미르 기자] 실무 관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공무원 시험에 출제되면서 응시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실시된 9급 지방공무원 공채에 22만명이 몰렸다. 이는 21.4대 1의 경쟁률으로 지난해 18.8대 1 경쟁률보다 급증한 수치다.
9급 공무원 시험은 공통 과목 국어·영어·한국사와 선택 과목 2개 등 총 5개 과목의 사지선다형 객관식 100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날 시험을 본 응시생들은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9급 지방직 공무원 국어 과목을 살펴보면, 유언비어(流言蜚語), 변명(辨明) 등의 까다로운 한자어나 '깨단하게'(오랫동안 생각해 내지 못하던 일 따위를 어떠한 실마리로 말미암아 깨닫다) 등 고유어 문제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또 '장광설(長廣舌·길게 늘어놓는 말)'의 설이 ‘혀 설(舌)’인지 ‘말씀 설(說)’인지 묻는 문항도 있었다.
지난해 국가직 9급 시험에는 영어 단어 'Shrimp'의 외래어 표기법을 묻는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 정답은 ‘슈림프’였지만 한 식품회사의 ‘쉬림프 피자’로 인해 ‘쉬림프’로 오답이 몰렸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들은 공무원 직무와 크게 연관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수험생들은 “공무원 시험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공부 같다. 치매방지용 수준”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방직 필기시험에 응시한 박모(26·여)씨는 “평소 잘 쓰이지 않는 고유어, 한자어 문제로 합격의 판가름이 나는 게 대부분”이라며 “이런 시험에 왜 청춘을 바쳐야 하는 건지 회의감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년째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29)씨는 “어디 가서 공무원 시험 관련 자료를 펼쳐 보이기도 창피하다”며 “지금 하는 공부들이 업무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는 공무원 시험이 단순암기 수준에서 벗어나 직무와 연결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지성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공무원 시험은 단순히 점수별로 일률적으로 뽑아 업무 관련성을 측정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인·적성 검사를 도입해 예비 공무원들의 직무 적합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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