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은 어떻게 ‘알쓸신잡’과 ‘신서유기’로 진화했나

‘1박2일’은 어떻게 ‘알쓸신잡’과 ‘신서유기’로 진화했나

‘1박2일’은 어떻게 ‘알쓸신잡’과 ‘신서유기’로 진화했나

기사승인 2017-06-20 17:11:36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에는 여행이 빠지지 않는다. 출연진과 장소, 콘셉트만 달라질 뿐 야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나영석 PD의 예능은 단순 여행 예능으로 규정지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세대와 성별을 달리하며 출연진 구성에 변화를 준 것이 ‘꽃보다’ 시리즈였다면, 농촌·어촌을 오가며 직접 밥을 지어 먹는 콘셉트에 집중한 것이 ‘삼시세끼’였다. ‘신혼일기’를 통해서는 집을 떠난 신혼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봤고, ‘윤식당’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식당을 운영하는 콘셉트를 살렸다.

그중에서도 현재 방송 중인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과 ‘신서유기4’는 여행 예능의 시초라 할 수 있는 KBS2 ‘1박 2일’을 가장 많이 닮은 프로그램이다. ‘알쓸신잡’은 하루 만에 국내 도시를 여행하는 콘셉트를 가져왔고, ‘신서유기’는 같은 멤버로 각종 게임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점이 비슷하다. 그렇다면 ‘1박2일’은 어떻게 ‘알쓸신잡’과 ‘신서유기’로 진화한 것일까.


△ ‘알쓸신잡’ - 국내, 교양, 수다

‘알쓸신잡’의 무대는 국내다. 어느 한 지역을 정해 하루 동안 짧은 여행을 펼치다가 저녁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한 회에 담긴다. ‘단기 국내 여행’은 나 PD 예능에서 ‘1박2일’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콘셉트다. 관광버스, 혹은 KTX에 출연진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오프닝은 어딘가 익숙하다.

‘알쓸신잡’이 ‘1박2일’을 따라 하거나 반복했다고 보긴 힘들다. 최근 유행하는 교양 예능을 적용해 작곡가 유희열을 중심으로 유시민 작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과학자 정재승을 불러 모은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 개그맨이나 가수, 배우들이 주로 등장했던 것과 달리, 각 분야 전문가들로 멤버를 구성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예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1박2일’을 구성하고 있는 특유의 복불복 게임과 즉흥적인 대화 중 ‘알쓸신잡’은 대화에 집중한다. ‘알쓸신잡’의 대부분은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과 점심, 저녁을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각 지역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장면은 짧게 편집되거나 식사 자리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럴듯한 그림을 보여주는 것보다 사람, 그리고 이들의 말에 더 집중하는 방식이다.

대화의 주제는 끝이 없다. 각 도시에 얽힌 역사와 명소부터 시작해 특산물과 제철 음식, 과학적 호기심까지 다양한 주제를 정해진 순서 없이 흘러가는 대로 풀어낸다. ‘썰전’, ‘수요미식회’, 팟캐스트, 토크 콘서트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한 데 뒤엉킨다. 이들의 수다가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알쓸신잡’만의 매력이다.


△ ‘신서유기’ - 국외, 웃음, 게임

‘신서유기’는 원년 멤버를 통해 ‘1박2일’의 DNA를 이어받았다. 과거 나영석 PD와 ‘1박2일’의 전성기를 누렸던 방송인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이 ‘신서유기’의 주축이다. 시즌1 이후 군 입대로 하차한 이승기를 대신해 배우 안재현, 슈퍼주니어 규현, 위너 송민호가 새 멤버로 충원됐지만,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네 시즌 째 함께 하고 있는 원년 멤버 세 사람의 몫이다.

‘알쓸신잡’이 들을수록 빠져드는 출연진의 대화를 무기로 교양 예능을 표방하고 있다면, ‘신서유기’는 목표는 오로지 웃음 사냥이다. 나 PD가 ‘신서유기4’ 제작발표회에서 “‘신서유기’는 최대치로 웃기는 것이 의무이자 할 일”이라고 못 박았을 정도다.

‘신서유기’는 중국 고전 ‘서유기’와 이를 재해석한 일본 만화 ‘드래곤볼’의 캐릭터를 멤버들에게 부여해 분장하는 것으로 시즌의 시작을 알린다. 이후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각종 게임을 통해 맛집에서 식사하거나 소원을 이뤄주는 드래곤볼을 획득하는 것이 기본적인 진행 방식이다. 상식 퀴즈, 방 탈출 게임, 좀비 게임, 고깔 게임 등 기존에 자주 활용했던 게임과 새로 개발한 게임을 하면서 예상 못 한 웃음을 만드는 것이 ‘신서유기’ 시리즈의 핵심이다. 과거 ‘1박2일’에서 복불복 게임을 통해 개인 간에 경쟁을 유도했던 것과 달리, ‘신서유기’는 팀 게임 위주로 진행해 협동심을 강조하는 것으로 변화한 점이 눈에 띈다.

또 ‘신서유기’의 무대는 국내가 아닌 해외다. 시즌1~3에서는 중국 각 도시를 돌아다녔고, 시즌4는 베트남으로 떠났다. 삼장법사가 요괴들을 이끌고 불경을 찾아 서역으로 떠난다는 원작 ‘서유기’의 설정을 따랐다. 각종 게임과 미션을 진행하면서도 1~2주 동안 중국과 베트남의 풍광과 음식 문화, 관광 명소 등을 직접 보고 느끼며 여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나 PD의 예능은 특정 콘셉트와 장르를 강화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더 재밌고 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 것보다,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알쓸신잡’과 ‘신서유기4’이 같은 시기에 방송되고 있는 것도 완전히 다른 여행 예능이라는 자신감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13일 ‘신서유기4’ 제작발표회에서 나 PD는 “‘신서유기’를 예능계 클래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신서유기’를 과정이 아닌 새로운 원점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1박2일’부터 ‘알쓸신잡’까지 온 나 PD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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