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K리그에 비디오판독(Video Assistant Referees·VAR)이 조기 투입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오는 7월1일 18라운드 경기부터 모든 경기에서 VAR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얼마 전 U-20 월드컵에서 활용된 것이 중요한 자양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기 투입은 필요에 의한 조치다. 이번 시즌 K리그에서는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오심들이 줄이어 나오며 심판과 연맹에 대한 불신이 빠르게 확산됐다. 축구클럽 단장이 직접 나서 심판 판정에 항의할 정도로 문제는 심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팬들의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에 연맹은 VAR 조기 투입을 결정했다. 지난 3월2일 열린 미디어 설명회에서도 VAR의 순기능을 역설한 연맹이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국제축구평의회에서 VAR이 승인된 뒤 전 세계적으로 적극 도입되고 있다”면서 “심판판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항의가 감소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타 스포츠 종목과 달리 축구의 비디오판독은 결정 주도권을 심판이 쥐고 있다. 심판이 비디오판독을 단지 참고하는 셈이다. 그러나 비디오판독이 ‘팩트’인 이상 이를 거스르고 오심을 밀어 붙일 순 없다. 지난 3월 서울-광주전에서 부심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심을 밀어 붙인 A주심은 결국 퇴출처분 당했다.
국제축구는 과도기에 있다. 비단 VAR 도입뿐 아니라 오프사이드 폐지, 페널티킥 대신 ‘8초 슛 아웃’ 도입, 오렌지카드(10분 퇴장) 추가, 전후반제→4쿼터 변경 등 다양한 논의거리가 회자되고 있다. 물론 갖은 논란이 동반된다.
일각에선 VAR이 ‘시간의 정지’가 없는 축구의 역동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판독 시간동안 선수들이 물을 마시는 등의 행동을 하며 한껏 달아오른 경기 분위기를 떨어뜨린다는 거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도 이러한 축구의 야생성을 중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착한 오심’이란 없다.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을 경외의 눈빛으로 보던 시대는 지났다. 보다 정확한 판단과 그에 동반한 경기결과는 공정성의 측면에서 스포츠정신의 실현이라 볼 수 있다. 오심의 피해자 입장에서는 축구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얼룩질 수 있다.
최근 VAR 도입이 긍정적 역할을 한 사례가 다수 나왔다.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은 좋은 예다. VAR을 도입한 이 대회에서는 총 15차례 비디오판독이 진행됐는데, 이 중 12번 판정이 뒤집혔다. 이중에서 결과에 영향을 끼친 판독은 7번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컨페더레이션스컵 또한 VAR로 깔끔한 인상을 주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포르투갈-멕시코 전에서는 페페의 득점이 VAR 확인 결과 오프사이드로 드러나 골이 취소됐다. 칠레-카메룬 경기에서도 바르가스의 득점이 VAR 결과 오프사이드로 판명됐다.
대부분 프로축구 구단들은 이번 VAR 도입에 반색하고 있다. 오심 피해자였던 광주 남기일 감독은 지난 14일 VAR 설명회 자리에서 “K리그는 오심으로 심판 판정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면서 “VAR 도입이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 본다”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울산 김도훈 감독 역시 “판정까지 지연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확실한 판정을 통해 신뢰를 쌓는다면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은 VAR만큼은 거스를 수 없는 미래라고 내다봤다. 그는 20일 FIFA 공식 홈페이지 입장발표를 통해 “VAR 도입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면서 “VAR을 통해 심판이 정확한 판단을 하는 걸 수차례 봤다. 경기의 질을 높이고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VAR에 관한 실전 경험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전문적인 교육과 기초 장비가 보강돼야 한다. 아울러 줄기차게 지적된 카메라기술 전문화도 시급하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VAR은 축구의 순기능에 무게를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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