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2017년 상반기에도 tvN ‘도깨비’를 비롯한 다수의 드라마가 방송됐다. 여러 명의 톱스타들이 드라마에 복귀했고, 장르물이 활발하게 제작됐다. 오랜 시간 제 자리를 지키던 방송사 대표 예능들이 위기를 맞은 틈을 타 교양 예능이 새롭게 떠오르기도 했다.
△ 모든 날이 좋았던 ‘도깨비’ 열풍
잘 돼도 너무 잘 됐다. 2017년 상반기에 기억해야 하는 드라마를 꼽는다면 단연 tvN ‘도깨비’다. ‘도깨비’는 저승사자와 도깨비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를 펼쳐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첫 회 시청률 6.3%(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를 시작으로 마지막회 20.5%까지 역대 케이블 최고 시청률을 모두 깼을 정도다. 또 드라마에 등장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OST가 음원차트를 장악했고 등장인물의 대사가 유행어가 되는 등 전국에 ‘도깨비’ 신드롬을 일으켰다. 공유는 MBC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 10년 만에 대표작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본을 맡은 김은숙 작가는 지난해 KBS2 ‘태양의 후예’의 흥행에 이어 2연타에 성공했다. 배우 이병헌이 주인공을 맡는 것으로 알려진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 피 튀기는 장르 드라마 전성시대
팍팍한 현실 때문일까. 시청률 30%에 근접했던 SBS ‘피고인’을 시작으로 SBS ‘낭만닥터 김사부’, ‘귓속말’, KBS2 ‘추리의 여왕’, OCN ‘보이스’, ‘터널’까지 올 상반기에는 희망적이고 밝은 드라마 대신 어둡고 무거운 장르 드라마가 유독 많았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그리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 살인 사건이 결합되는 경우도 많았다.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을 비롯해 JTBC ‘맨투맨’, ‘품위있는 그녀’, KBS2 ‘완벽한 아내’, SBS ‘수상한 파트너’, tvN ‘내일 그대와’ 등의 드라마에는 ‘복합장르’라는 명칭이 매번 따라 붙었다. 로맨스의 달콤함과 살인 사건을 해결해가는 긴장감을 함께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장르물이 유행하는 흐름은 OCN과 JTBC 드라마가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tvN 드라마가 ‘도깨비’ 이후 줄줄이 부진한 상황에서 OCN은 ‘보이스’와 ‘터널’, JTBC는 ‘힘쎈여자 도봉순’과 ‘맨투맨’으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tvN은 금토드라마를 토일드라마로 시간대를 옮겨 무겁고 진지한 장르물 ‘비밀의 숲’을 시작으로 하반기 반등을 노리고 있다.
△ 옛날 같지 않은 톱스타들의 드라마 복귀
구관이 꼭 명관은 아니다. 지난해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의 전지현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에도 과거 전성기를 누린 여배우들이 대거 드라마 복귀를 선언했다. 이영애는 SBS ‘사임당 빛의 일기’로 11년 만에, 고소영은 KBS2 ‘완벽한 아내’로 10년 만에, 임수정은 tvN ‘시카고 타자기’로 13년 만에 드라마 복귀를 알렸다. 복귀하게 된 사정은 제각각이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이영애와 고소영은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활동을 쉬었고, 임수정은 영화에 전념하느라 드라마에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흥행에 실패하며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이 밖에도 배우들의 이름값에 못 미치는 의외의 결과를 낸 드라마도 많았다. 유아인-임수정의 ‘시카고 타자기’와 이제훈-신민아의 ‘내일 그대와’가 대표적인 사례다. 송승헌-이영애의 ‘사임당 빛의 일기’와 박서준-박형식-고아라의 ‘화랑’도 초반 기대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 무너지는 장수 예능 프로그램
이제 물러날 때가 된 걸까. 오랜 시간 제 자리를 지켜온 각 방송사의 대표 예능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월 SBS ‘런닝맨’의 멤버 하차설, 폐지설이 돌았다. 이제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기존 멤버 그대로 방송을 이어가는 결단을 내렸지만 힘이 빠진 게 사실이다. 이에 지난 4월 양세찬과 정소민이 새 멤버로 합류해 다시 힘을 내서 달리고 있다. MBC ‘무한도전’의 갑작스런 폐지설도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지난 2월 7주간 휴식기를 가졌던 ‘무한도전’은 이후에도 지나치게 게스트에 의존한다는 평을 받으며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런닝맨’처럼 양세형과 배정남이 합류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5년 동안 방송된 MBC 장수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가 지난 5월 폐지됐다. SBS의 유일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는 14년 만에 폐지돼 개그맨들의 반발을 낳기도 했다. 개인 방송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화려하게 등장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지난 6월 100회를 채우고 시즌1 종료를 알렸다.
△ 교양 예능의 무서운 상승세
기세가 무섭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뜨고 지는 가운데 최근 교양 프로그램의 성격을 띤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교양 강의로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O tvN ‘어쩌다 어른’이 시작이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tvN ‘학교를 바꿔라’, XTM ‘밝히는 과학자들’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등장해 인문학, 교육, 과학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예능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새로운 방식의 교양 예능도 등장하고 있다. KBS2 ‘냄비받침’은 다양한 주제의 책을 출판하는 과정을 그리고, tvN ‘알쓸신잡’은 여행 예능과 교양 예능을 결합했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이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JTBC ‘썰전’,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유사한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종편 채널을 중심으로 ‘썰전’과 비슷한 콘셉트의 TV조선 '강적들', 채널A '외부자들', MBN '판도라'가 방송을 시작했다. KBS는 미제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시사 프로그램 ‘강력반 X-파일 끝까지 간다’를 ‘그것이 알고싶다’와 비슷한 시간대에 정규 편성해 정면 대결한다.
△ 부진한 요리 예능, 여전한 음악 예능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몇 년 동안 큰 인기를 누렸던 요리 예능이 올해 상반기에는 기를 못 펴고 있다. tvN ‘수요미식회’, JTBC ‘냉장고를 부탁해’, SBS ‘백종원의 3대천왕’,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이 건재하지만 이전만큼의 화제성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새로운 요리 프로그램의 등장도 뜸하다.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을 방송하며 음식 위주 채널로 자리 잡은 올리브TV마저 ‘섬총사’, ‘어느날 갑자기 백만원’ 등을 제작하며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반면 음악 예능은 여전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MBC ‘복면가왕’, KBS2 ‘불후의 명곡’ 등 기존 음악 예능이 건재한 가운데, SBS ‘K팝스타 시즌6 더 라스트 찬스’와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보여준 화제성이 돋보였다. 특히 ‘프로듀스 101’은 아이오아이를 탄생시킨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대성공을 거두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확인 받았다.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같은 기존 음악 경연 프로그램과 달리 시청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성공하며 한층 진화했다는 평가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운 오디션 예능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프로듀스 101 시즌2’ 열풍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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