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입문 할 때에 제일 먼저 듣는 이야기가 ‘칼디(Kaldi)의 전설’이다. 이 이야기는 그야말로 옛날 옛적에 그런 느낌인데, 적당히 학설처럼 포장하고 있다. 오마르의 전설과 마호메트의 전설과 함께 ‘삼대 커피 기원설’이라고 배운다. 칼디의 전설은 17세기 이탈리아 출신의 동양학자 ‘파우스테 나이로니’가 쓴 책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에티오피아의 목동인 ‘칼디’가 키우던 염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가서 보니 빨간 열매를 먹고 염소들이 잔뜩 흥분해 있었다. 그 열매를 입에 넣고 씹어보니까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솟았고, 주변의 수도원에 열매를 가지고 갔는데 수도원장 스키아들리‘가 그가 가져온 열매의 진가를 알아버렸다. 이때부터 수도승들은 기도할 때 잠들지 않기 위해 이 열매를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부터 이야기가 꼬이고 있다. 수도원 이야기에서부터 이슬람의 전설과 겹치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칼디‘가 도대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이야기는 더 궁핍해진다. 그가 누구인지 알 수 도 없고 알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마치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로 시작하는 이야기처럼 누군가 재미있게 풀어낸 커피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커피에 관한 다른 또 다른 기원설이 있다. 무슬림들이 주장하는 오마르의 전설이다. 오마르는 무슬림의 지도자였는데, 도성에 도는 역병을 치료해 주다가 술탄의 딸도 치료해주었다. 하지만 도성에 오마르와 술탄의 딸과 관련된 소문이 퍼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딸과의 관계를 의심한 술탄이 격노하여 오마르와 그의 일행을 추방했기 때문이다. 대책 없이 쫒겨 난 오마르가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하다가 커피열매를 발견했다. 새들이 먹고 있는 빨간 열매를 그도 먹자 눈이 밝아지고 몸에 힘이 솟아났다고 한다. 때마침 도성에 다시 역병이 돌았고 그는 이 열매들을 가지고 도성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고쳐 주었는데 치료효과가 아주 좋았다고 한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이어진다. 술탄은 커피로 역병을 고쳐준 공로를 인정하고 오마르가 자기 딸과 결혼하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커피가 엮어준 로맨스인 셈이다.
사실 이 기원설도 원래의 이야기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덧붙여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중동 문학의 최고의 정수인 ‘아라비안나이트’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원래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덧붙여지게 마련인 것 같다. 1001가지의 이야기가 사실은 왕의 손에 죽지 않기 위해 ‘셰에라자드’라는 한 여인이 매일 밤 지어낸 이야기라고 하니 말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원래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가 덧붙여질 때 재미와 흥미가 더해진다.
역사를 살펴보면 커피의 맛과 향은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전해졌다. 술을 마실 때에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에는 다툼이 일어난 경우가 흔한 것과 달리, 커피를 마시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계속된다. 커피는 가볍고 빠르게 마실 수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마신다면 더 좋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대화와 소통이 대단히 부족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대화가 없어서 오해와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웃과 대화가 없으니 사소한 일에도 이웃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평소에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웃과 소통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훨씬 더 세상이 살기 좋아질 것이다. 커피는 이웃과 소통하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좋은” 음료이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