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㊽] 아라비카(Arabica)양(孃)과 로부스타(Robusta)군(君)

[최우성의 커피소통㊽] 아라비카(Arabica)양(孃)과 로부스타(Robusta)군(君)

기사승인 2017-07-10 11:41:11

커피를 좀 아는 사람들은 커피 품종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커피는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커피의 품종도 100가지나 되는데, 그 중에서도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두 품종이 인류가 사랑하는 대표품종이다. 그런데 이 두 나무의 품종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 마치 남자와 여자가 같은 인간이긴 하나 다른 것처럼 말이다. 

인류가 처음 접한 커피품종은 ‘아라비카’ 양(孃)이었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이 커피는 향기와 산미가 뛰어난 고급커피에 해당된다. 아프리카에서 자라난 커피가 아라비아반도의 남단에 위치한 예멘에 옮겨 심겨진 것은 6세기경의 일이다. 이후로 커피는 터키로, 인도로, 유럽으로, 그리고 아시아와 미주대륙으로 옮겨 심겨졌다. ‘아라비카’의 친정은 아프리카인 셈이다.

‘로부스타’ 君의 고향도 역시 아프리카다. 이 커피가 발견되고 심겨진 것은 ‘아라비카’가 병충해와 잎마름병으로 인해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다. 이미 인류는 커피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는데, 커피헌터들이 ‘아라비카’를 대체할 커피품종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의 나라들을 뒤지다가 콩고에서 이 품종을 발견하게 되었다. 원래 이름은 ‘카네포라’였는데, 카페인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병충해에 강하다고 붙여진 이름이 ‘로부스타’(Robusta)이다.

‘아라비카’ 孃은 볼이 빨간 소녀처럼 커피체리의 색깔도 익어갈수록 붉어진다. 이파리도 ‘로부스타’에 비해 가늘고 길쭉하다. 향기도 과일과 꽃향기가 나며 향기롭고 상큼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로부스타’ 君은 이파리가 널찍하고 커피체리는 익을수록 검은 빛깔이 된다. ‘아라비카’ 생두의 색깔이 연한 초록색인 것에 비해서 ‘로부스타’는 색이 누르스름하다. 향과 산미는 거의 없고 숭늉처럼 구수하고 쌉쌀한 맛이 특징이다. 

‘아라비카’ 孃이나 ‘로부스타’ 君이 살기에 가장 최적의 장소는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25도 남위 25도 지역이다. 이 지역은 연중 고온다습한 지역으로 커피나무가 살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아라비카’가 살기에는 해발 800미터 이상의 고지대가 좋다. 왜냐하면 이 지역은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서 병충해가 비교적 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카페인은 본래 벌레를 막아내기 위해 식물이 가지고 있는 천연 살충제이다. 그런데 ‘아라비카’는 카페인의 함량이 적어서 자기 몸을 파고드는 커피 바구미 애벌레를 막아내기가 역부족이다. 그래서 벌레가 살기에 좋은 환경인 낮은 지역보다 높은 고지대에서 살기가 훨씬 좋은 것이다.

반면에 ‘로부스타’ 君이 가지고 있는 카페인의 함량은 ‘아라비카’ 孃보다 두 배에 달한다. 그래서 낮은 지역에서도 충분히 병충해와 싸울 수 있기에 굳이 높은 지역에 자리 잡을 이유가 없다. 낮은 지대에서 농사를 지어 운반비와 인건비가 고지대보다 저렴해지는 것은 덤이고, ‘로부스타’ 君은 생산성까지 높다. 

‘아라비카’는 병충해에는 약하지만 비가 어느 정도 오지 않아도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뿌리를 깊게 내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뭄에 강한 장점이 된다. 하지만 ‘로부스타’는 뿌리가 낮게 내린다. 고지대 보다 환경이 좋기 때문에 낮은 뿌리를 가지고도 충분히 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로부스타’는 이를 이겨낼 힘이 없다.

‘아라비카’는 좋은 산미와 향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의 70%를 감당한다. 가격도 ‘로부스타’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고급 품종이다. 최근 콜롬비아 정부에서는 ‘로부스타’의 생산을 중지하고 ‘아라비카’ 품종으로 100% 재배하겠다고 선언 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부스타’ 君도 인기가 만만치 않다. 구수하고 넉넉한 바디감과 쓴맛으로 꾸준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로부스타’의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로부스타’ 君은 대부분 ‘인스턴트커피’의 재료로 쓰인다. 생산량이 좋고 인건비 부담이 적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커피도 저마다의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장점이 만나면 시너지(synergy)가 되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주면 된다.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고 미워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못된다.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고 약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라비카’ 孃과 ‘로부스타’ 君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듯, 사람들도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살면 된다. 상생(相生)의 길은 어렵지 않다. 커피 속에서 인류화합의 길을 본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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