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료계, 출생기록 지자체 송부법 불만 고조

[기자수첩] 의료계, 출생기록 지자체 송부법 불만 고조

기사승인 2017-07-14 00:03:00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산부인과에서 출생기록을 지자체로 송부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무런 지원 없이 책임만 지우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 함진규 의원은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출산아 부모가 출생 후 30일 이내에 시·읍·면장에게 신고하던 출생신고를 아동이 출생한 의료기관에 출생증명서 송부의무를 부여토록 개정하는 내용이다.

현재 출생신고를 부모에게만 맡겨두고 있어 출생신고가 누락되거나 태어나지도 않은 아동이 신고돼 아동이 불법적으로 매매되거나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아동이 출생한 의료기관에 출생증명서 송부의무를 부여해 아동의 인권 침해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출생신고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의료계가 반대하는 한 가지 이유는 명확하다. 법적으로 강제화를 하면서 가중되는 업무에 대한 보상이야기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동 개정안이 의료계에 대한 새로운 규제로서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하고, 미혼모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가 선제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우선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했다. 미혼모 및 혼외자녀 문제 등으로 인해 출생신고를 원치 않는 부모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 개정안과 같이 의료기관이 관할관청에 출생통지를 하게 될 경우 출생신고를 원치 않는 부모들은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하게 되어 비의료기관에서의 분만 뿐 아니라 자택분만, 해외분만 등 불법적인의료행위가 발생할 개연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또 출생신고 누락 및 허위신고를 이유로 의료기관에게 출생증명서 송부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지나친 의무부과라고 지적했는데 출생신고의 경우 국가가 수행해야 할 업무임에도 개정안은 아무런 비용보전 없이 행정기관의 업무를 의료기관에게 전과하는 매우 부당하며 행정적 편의주의를 위한 입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개정안이 통과된 후에도 출생신고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경우 개인정보 관련 문제 등에 있어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며, 그 비용과 책임을 오로지 의료기관이 떠맡게 될 경우 분만 기피상황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어 현재도 어려운 산부인과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여지가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의료기관은 행정기관이 아니며, 병의원 의료인에게 아무런 비용 경비의 보전도 없이 행정기관의 업무를 위탁 강제화하는 행위로서 행정기관의 행정업무를 산부인과가 대신 하라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적인 전형적인 입법 만능주의의 탁상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강하게 비난했다.

이 같은 내용을 들으면 법안보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아동학대 등은 출생 이후의 가정내 보육의 문제인데 의료기관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해 줄일 수 있다는 근거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의료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출생신고를 피하기 위해 병의원 이외의 출산 선택은 더욱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도 화장실 등에서 아이를 낳고 버렸다는 사건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일변의 법안이나 정책은 단순히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어떠한 사건이 생기면 국회에서는 방지하는 법안을 만든다. 대체로 규제로 가득 찬 법안들이다. 즉 왜 그러한 사건이 생겼는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일이 벌어졌으니 책임져라’ 식이다.

지난해 정부는 영유아 등 취약계층이 집단생활을 하는 장소에서 집단결핵이 발생하자 해당 기관(시설) 종사자들이 정기적인 결핵검사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또 다시 서울 노원구의 산부인과 근무자가 결핵이 발생하며 정부의 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사건이 터졌다고 무조건적으로 법안을 만들거나 정책을 만들어 규제하는 것은 이제는 그만해야 할 때이다. 당장은 비난을 받거나 피해를 막기 힘들더라도 전문가들과 더 많은 고민을 통해 현실성이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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