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미르 기자] 별정우체국에서 직원들에게 수년간 비인간적인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별정우체국은 지난 1961년 정부가 우체국이 없는 지역에 우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개인이 시설을 갖추고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정을 받아 운용하는 우체국이다.
▲우체국 직원 하인 부리듯…‘안하무인 갑질’
우정노조에 따르면 경기 파주에 위치한 A 별정우체국의 B 별정국장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에게 업무 시간 도중 고추 따기, 삽질, 토마토 씻기 등의 농사일을 시켰다. B씨의 요구는 주말에도 이어졌다. B씨는 직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네가 나 아니었으면 어떻게 우체국에서 일하겠냐. 잔말 말고 일이나 하라”며 직원들에게 사적인 일을 강요했다.
해당 우체국 직원은 “국장이 폭언을 입에 달고 살았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 위해 별정우체국 모임에 나가고 싶어도 국장이 ‘갔다 오면 가만 안 놔두겠다’고 협박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A 별정우체국은 폐국된 상태며, B씨는 정년으로 퇴임했다.
경인청 소속 C 별정우체국 D 별정국장은 여직원들에게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D 국장은 “국장이 말하면 입 다물고 가만히 듣기나 해. 어디서 여자가 말대꾸를 하냐”고 질타했다. 그는 대화 도중 때리는 시늉을 하는 등 위협적인 행동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D씨는 직원들에게 종교를 강요하기도 했다. 기독교인 그는 무교인 직원에게 예배 참석을 강권했다. 해당 직원이 “(교회를) 다닐 생각이 없다”고 하자 D씨는 “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성격이 그 모양”이라며 조롱했다.
충남 대전에 위치한 E 별정우체국의 F 국장은 10년 넘게 직원들을 대상으로 폭언, 퇴직 강요, 협박 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F 국장은 지난해 11월1일 직원들을 불러놓고 “앞으로 직원 한 사람을 빼겠다. 오늘부터 아들이 (우체국에) 나올 것”이라고 통보했다. 직원들이 안일하게 일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직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F씨는 지난 8일 총괄우체국에 사표를 제출했다. 해당 우체국의 후임 별정국장은 F씨의 아들이 승계받을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감사실에 의뢰해 별정 우체국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겠다”면서 “부적절한 상황이 확인될 경우 제재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권의식 부추기는 ‘별정우체국법’
오랜 기간 별정우체국의 갑질 행태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별정우체국법’에 있다. 별정우체국법에 따르면 우체국장은 직원들의 채용 임명권을 갖고 있다. 일반 우체국과 달리 별정우체국은 공개경쟁채용시험 및 면접평가를 거쳐 채용인원의 3배수를 선발, 해당 우체국장이 최종 면접을 통해 임용한다. 문제는 우체국장의 채용 임명권이 ‘인사 갑질’의 방판이 된다는 점이다. 우체국장은 임명권을 통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우정사업본부의 ‘2016 별정우체국 국장 및 직원’ 현황에 따르면 전체 745국 중 33%에 이르는 247국에서 친인척 직원이 채용됐다.
또 별정우체국직원 인사규칙 제8조 1항에는 자진 반납 등의 사유로 별정우체국 폐국시 해당 우체국 직원의 퇴직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로 인해 우체국장은 직원들에게 압력·협박을 일삼을 수 있었다.
별정우체국장들은 갑질 논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윤민수 별정우체국중앙회 회장은 “전체 별정우체국 중 한두 우체국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직원들끼리 서로 맨날 보는 사이인데, 갑질이 있어 봤자 얼마나 있겠냐”고 갑질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안의준 우정노조 별정전담국장은 “우정사업본부 우체국 관리과에 별정우체국의 갑질 행태를 알려도 ‘직원과 국장이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막상 실제로 감사가 실시돼도 직원들은 보복이 두려워 아무 말도 못 한다. 별정국 직원들에겐 생업이 달려있기 때문에 솔직하게 털어놓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래전부터 이어진 별정우체국의 갑질 횡포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수많은 직원이 아무 말도 못하고 고통받고 있다. 우체국장들의 갑질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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