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1. 20대 후반의 직장인 박모 씨는 언제부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뒷골이 땅기면서 두통이 온다. 잦은 미팅으로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하거나 거를 때가 있어 빈속에 진통제를 먹을 때가 많은데 이런 날은 위가 쓰려서 위장약을 따로 사먹어야 될 정도다.
#2. 작년에 고혈압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 김모 씨는 머리가 지끈지끈 할 때면 으레 진통제부터 찾는다. 약을 먹으면 두통은 좀 가라앉는 것 같은데, 얼굴이 갑자기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어지러움이 점점 심해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
잘 먹으면 약이 되고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는 말은 우리 생활에서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약이 바로 진통제이다. 특히 일반진통제는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구하기가 쉽고 일반적인 약이기 때문에 “모든 진통제는 다 안전할 것이다”라는 잘못된 상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무심코 습관적으로 먹게 되는 진통제, 꼭 기억해야 할 올바른 복용법을 알아보자.
◎일반진통제,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로 구분
진통제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약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아니다’이다. 진통제를 고를 때는 통증의 증상을 파악한 뒤 앓고 있는 질환이나 건강 상태, 복용 중인 약물을 고려해 진통제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약국에서 구입하는 일반진통제는 크게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로 나뉜다. 해열진통제는 해열, 진통 효과가 있으나 소염 효과는 미미해 염증을 동반하지 않은 두통, 치통, 근육통 등에 쓰이며,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의 타이레놀이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소염진통제는 염증이나 통증 완화 효과가 있는데 소염작용 과정에서 위장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진통제는 종류마다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평소 진통제를 자주 찾는다면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의 차이를 기억해두는 게 좋다.
◎통증 강도를 표현하기 어렵다면 ‘통증 점수표’ 활용
약국에 진통제를 사러 가면 통증의 강도를 묻기도 한다. 진통제만으로 통증이 완화되는 약한 통증도 있지만 일반진통제로는 통증이 가라앉지 않을 정도의 심한 통증도 있어 통증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람들은 흔히 통증의 정도를 ‘참을 만하다’, ‘아프다’처럼 단순하게 표현하는데 이때 ‘통증 점수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질병관리본부 자료 등에 따르면 현재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숫자 0에서 10까지의 척도로 표현하는 것으로 약한 통증(경도)은 1~4점, 중간 통증(중등도)은 5~6점, 심한 통증(중증)은 7~10점으로 구분된다.
통증 강도에 따라 진통제도 다르게 선택되는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경도 통증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나 소염진통제와 같은 비마약성 진통제를 우선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임상노인의학회지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은 일반적인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경도 내지 중등도의 만성통증의 1차 치료제로 쓰인다. 만약 진통제를 복용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거나 증상이 더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 통증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앓고 있는 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물’ 확인
평소엔 잘 듣던 진통제가 가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상태를 더 악화시킬 때가 있다. 같은 약이라도 복용 중인 약물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중 소염진통제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손꼽히는 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위장장애는 직장인이나 위가 약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보다 주의가 필요하다.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지난해 11월 전국 직장인 736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앓고 있는 5가지 질병들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을 1개 이상 가지고 있으며 주로 만성피로, 두통, 소화불량 등의 위장장애를 호소한다고 답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서도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의 약 45%가 30~5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염진통제는 위궤양 같은 위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식후복용이 좋은데 바쁜 업무로 끼니를 제 때 못 챙겨 식사시간이 불규칙한 직장인들은 두통으로 진통제를 먹을 때 위장에 부담이 없어 빈속에도 복용 가능한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의 진통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소염진통제 복용에 주의’
65세 이상의 고령자와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소염진통제’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앓고 있는 질환이 많을수록 복용 중인 약물의 개수도 많아지기 때문에 복용하는 약물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모씨의 사례처럼, 고혈압 약과 소염진통제는 같이 복용할 경우, 혈압 상승,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혈전의 생성을 막는 항응고제 ‘와파린’도 소염진통제와 복용하면 출혈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퇴행성관절염 환자들도 장기간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위장, 신장 및 간 등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일반진통제를 선택할 때는 소염진통제를 고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소염진통제 복용에 제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장관, 심혈관질환 위험, 혈압상승 등의 약물 간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적은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의 진통제가 추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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