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미르 기자]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오색케이블카 문화재현상변경안의 허가를 촉구하는 집회에 음주 물품을 챙겨와 빈축을 사고 있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는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부터 산 위 끝 청 하단부(해발 1480m) 3.5㎞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을 말한다.
비대위는 30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문화재청이 환경단체 눈치를 보고 있다”면서 “문화재청은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 인용 결정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양양 지역 주민 200여명이 집단 상경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이날 집회 일정표에는 ‘소주 1박스, 맥주 1박스, 마른 안주’ 등 물품이 명시돼 있다. 쿠키뉴스가 집회 현장을 취재한 결과, 비대위는 실제 음주 물품을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김주혁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비상대책부위원장은 “어르신들 돌아가실 때 피곤하니까 버스에서 잡수시라고 준비한 것”이면서 “(술이) 차 안에 있을 뿐, 집회 현장에 갖고 나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준화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비상대책위원장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소주와 맥주를 하나씩 주려고 준비했다. 집회 끝나고 양양에 내려갈 때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이기용 양양군의회 의장은 “대개 시골 사람들은 술 먹는 버릇이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추진위원회에서 동네 어르신들께 술을 한잔씩 주려고 준비한 것 같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회 시위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열된 집회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집회에서 술을 챙겨오거나 마시는 것에 대해 따로 조치를 취하지는 않지만 집회 내 음주가 폭력이나 소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최근 집회 현장이 ‘놀이의 장’으로 변질됐다고 평가한다. 전승환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교수는 "요즘 스포츠 관람에도 음주 문화가 자제되는데 집회에 술을 갖고 온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집회가 기분 좋게 기분을 띄우는 곳이 아닌 선진적인 토론 행위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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