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미르 기자] 집배원들이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4일 282명 증원 계획을 밝혔으나, 집배원의 장시간 근로환경을 개선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6일 경기 안양시 안양우체국 입구에서 집배원 A씨(47)가 분신했다. 500㎖짜리 음료수병에 든 기름을 몸에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A씨는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사망 당시 A씨는 갑작스러운 집배구역 변경 등 업무 스트레스로 고통을 호소했다.
지난 2월 충남 아산 영인우체국 집배원 B씨(44)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맥경화가 사인이었다. B씨는 사망 전날인 휴일에도 출근해 일하고 귀가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3일 B씨를 순직으로 처리했다.
지난해 7월4일에는 경북 청송군 청송현동우체국에서 C씨(34)가 우편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집에서는 다음날 출산 예정이던 배우자와 네 살배기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집배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집배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전국에서 집배원 12명이 과로사·돌연사·분신 등으로 사망했다. 공무원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지난 2013년까지 조사된 집배원 노동재해 건수는 사망재해 19건을 포함해 총 1182건이다. 노동재해율(노동재해 건수/노동자수)은 전체 노동자 평균의 4.3배가 넘는다.
집배원들의 업무 시간은 극한에 이르기로 유명하다. 집배원 1인당 매일 배달하는 우편물량은 1000통이 넘는다. 설날과 추석, 연말 등 ‘선거우편물 특별소통기간’의 경우 근무시간은 100시간이 훌쩍 넘는다.
하소연 집배노조 선전국장은 “집배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13시간이지만 휴식은 고작 15분에 불과하다”면서 “오랫동안 집배원들은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려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정사업본부가 4일 집배부하량시스템 상 부족한 인력을 해소하기 위해 집배원 282명을 증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배원들의 장시간 근로 개선이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 상황이다.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은 “지금 우정사업본부가 발표한 인력 증원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집배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4500여명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노조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여유가 있는 우체국의 경우 인력이 남는 경우도 있다”면서 “집배원 증원은 임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을 통해 근로실태 등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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