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미르 기자]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핵 실험 등 도발로 한반도의 전쟁 위협이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가면서 우리국민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전쟁 위험에 대비한 민방위 대피소의 관리 체계가 쿠키뉴스 취재 결과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서울 마포구 공항철도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을 시작으로 상암동 일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의 민방위 대피소를 살펴봤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8번 출구 입구에는 ‘민방위 대피소’ 표시판이 안내돼 있어 기자는 지하로 내려가 보았다. 대피소 내에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전쟁 시 사용할 비치 물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대피소를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지하 대피소에는 비상식량, 의료장비 등 물품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화재에 대비해 비치해둔 방독면도 140여개가 전부였다. 전쟁이 발생할 상황을 가정하면, 인근 주민이 이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관계자는 “동사무소가 대피시설로 지정해놨을 뿐, 전쟁 대비 물품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여기가 다른 역에 비해 양호한 편”이라며 “왜 대피소를 만들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서울 민방위 대피소는 3200여곳이 넘는다. 이 중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경우 총 15곳(공공지정시설 1곳, 민간지정시설 14곳)이 대피시설로 지정돼 있다. 공공지정시설은 공항철도 디지털미디어시역으로, 민간지정시설은 휴먼시아아파트 1·2단지, 월드컵파트아파트 1~12단지가 해당된다.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된 민간지정구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간지정시설인 휴먼시아아파트와 월드컵파크아파트 14여 단지의 지하주차장에는 ‘무늬만 대피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월드컵파크아파트 경비원은 “아파트에 비상 대피소가 있는지 처음 들어본다.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또 월드컵파크아파트의 한 관리직원이 안내한 대피구역에는 아파트 미화원의 쉼터로 쓰이고 있었다. 그곳에는 각종 쓰레기들이 놓여 있었다.
월드컵파크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대피시설의 경우 공간만 있고 비상식량이나 따로 물품이 비치돼 있지는 않다”면서 “이 구역에 주민들이 몰래 쓰레기를 갖다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에는 대피소 표시판이 없는 곳도 있었다. 월드컵파크아파트 관계자는 “대피소 안내표시를 해야 하는 줄도 몰랐다. 관련 물품도 당연히 없다”면서 “아마 다른 단지들도 해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도 민방위 대피소에 알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휴먼시아아파트 주민 정모(54)씨는 “아파트 대피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정말 전쟁이 나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월드컵파크 5단지 주민 손모(59)씨는 “나도 그렇고 대부분 주민들이 잘 모르고 있을 것 같다. 관리사무소에 건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5월 30일부터 6월 10일까지 실시한 ‘비상시 국민행동요령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유사시 주변 비상대피소 위치를 아느냐’는 질문에 ▲성인 40.7% ▲대학생 29.8% ▲청소년 34.6%가 ‘안다’고 응답했다. 성인 10명 중 6명, 대학생 10명 중 7명은 대피소를 모른다고 답한 셈이다.
이 같은 비상 대피소의 문제점에 대해 마포구청 관계자는 “서해 5도 및 접경지역에만 방독면, 비상식량, 의료장비들이 구비돼 있다”면서 “나머지 구역은 대피시설이어도 대피만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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