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300번의 수요집회, 1300번의 일본 침묵

[기자수첩] 1300번의 수요집회, 1300번의 일본 침묵

기사승인 2017-09-14 05:00:00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1300번째를 맞았다. 지난 1992년 1월8일에 시작한 수요집회가 26년을 거듭해온 결과물이다. 이날 집회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청와대로 행진해 2015 한일합의 폐기와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 내용을 담은 공개요구서를 전달했다.

그동안 수요집회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는 13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에서 “제1차 수요집회 당시만 해도 가부장적인 시각이 짙어 사람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손가락질하기 바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들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 섰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는 300차, 400차, 500차 수요집회 때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015년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정대협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2015 한일합의’를 맺었기 때문이다. 2015 한일합의는 2015년 12월28일, 박근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협상·타결해 최종적 종결을 약속한 합의를 말한다. 당시 한일합의는 ‘피해자를 배제한 졸속 협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기대했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윤 대표는 “국민들의 촛불대선으로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는 2015 한일합의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해왔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바람대로 2015 한일합의를 무효화하고 피해자들의 뜻을 묵살하는 화해치유재단을 반드시 해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요집회에서 만난 한 참가자도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웠다. 박모씨는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2015 한일합의’의 폐기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촛불정부가 아니다”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 7월31일 문재인 정부는 2015 한일합의의 경과와 내용을 검토하기 위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직속의 위안부 TF를 출범했지만 성과가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39명.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는 35명이다. 황금주 할머니는 “나는 일본 정부보다 한국정부가 더 밉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1300번의 일본 침묵에는 변화하지 않는 정부에게도 책임도 있다. 나비의 날개짓에 정부는 응답해야 한다. 

조미르 기자 m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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