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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북미에서도 오버워치가 굉장히 인기 있기 때문에 뛰어난 선수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건 최고 실력자들이 결투할 수 있는 무대다”
오버워치 리그 커미셔너 네이트 낸저는 지난 8월 서울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용병 쿼터제를 도입할 생각은 없는지”에 대한 대답이었다. 준비된 답변이라기보다는 낸저가 미처 그 부분까지 고려하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내뱉은 말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지 않다면 각 지역별 수준차에 대한 블리자드의 분석이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방증이었다.
최근 다양한 선수들과 워크아웃을 진행하며 그들의 실력을 확인한 오버워치 리그 게임단 프런트의 청사진은 낸저가 상상했던 리그의 모습과 많이 다른 것처럼 보인다.
지난 21일 콩두 판테라가 런던 연고 클라우드 나인(C9) 소속으로 오버워치 리그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들은 서울의 루나틱 하이, 뉴욕의 LW 블루에 이어 전원 한국인으로 구성된 3번째 오버워치 리그팀이 됐다.
리그가 총 12개 팀이니 자그마치 25%가 순수 한국인들로만 구성된 셈이다. 여기에 아직 로스터를 공개하지 않은 팀들도 남아있는 만큼 전원 한국인 팀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e스포츠에서 한국 선수들은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한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다. 팀 단위로 움직여 의사소통 문제가 해결된다면 더욱 그렇다.
자칫 블리자드가 야심 차게 추진한 지역 연고제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된다. 역사가 수십 년 된 메이저 스포츠 프로 리그가 용병 쿼터제를 유지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로만 스쿼드를 채우면 경기 수준이야 향상되겠지만, 리그는 정체성을 잃는다.
이미 지난 2014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중국 ‘로열클럽 천사’가 ‘LMQ’로 개명한 뒤 북미로 넘어가 해당 지역을 평정한 사건이다. 당시 중국인들로만 구성됐던 이들이 북미 대표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진출하자 지역 팬들 사이에서 자격 논란이 일었다. 결국 라이엇 게임즈는 이듬해 용병 쿼터제를 도입, 최대 2인까지 동시 출전이 가능케 룰을 변경했다.
수년 동안 오버워치 리그를 준비해온 블리자드가 이 사실을 몰랐으리라 생각되진 않는다. 이미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의 독주 때문에 단맛, 쓴맛을 모두 맛봤던 블리자드이기에 이번 쿼터제 미도입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연 런던 오버워치 팬들은 한국인 6명으로 구성된 C9이 영국을 대표한다고 생각할까. 전원 취업 비자로 체류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응원을 보낼 준비가 되어있을까.
뉴욕 팬들은 모국어 하나 제대로 구사 못 하는 외인부대에 친숙함을 느낄까. 차라리 통역사 없이도 의사소통 가능한 옆 지방 팀이 더 친숙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이미 루나틱 하이, LW 블루, 콩두 판테라 멤버 전원이 합류를 선언한 만큼 이제 와서 그들의 계약 파기를 종용하며 쿼터제를 도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연 블리자드는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묘책을 갖고 있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