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해고 여승무원인 A씨는 결혼 4년 만에 아이를 가졌지만, 지난달 유산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현재 A씨는 공황장애가 심해 약을 먹고 있다. B씨 역시 지난달 유산돼 병원에 입원 중이다. 당시 B씨에게 두 차례 유산 끝에 찾아온 아이였다.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 해고된 KTX 여승무원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커지고 있다. 11년째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는 승무원들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KTX 승무원 1기 출신인 김승하 씨는 25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남아있는 33명의 조합원들 중 절반 정도가 유산 및 불임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심리적 스트레스가 장기화되다 보니 안면장애, 피부병, 대상포진 등 증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 이후 해고 승무원 한분이 돌아가시고, 조합원들의 심리상태도 불안해졌다”면서 “11년 동안 버텼기 때문에 모두 강인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제 무너질지도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강조했다.
차미선 KTX열차승무지부 조합원은 “오랜 시간동안 찬 바닥에서 노숙하면서 임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정신적인 압박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지난 2006년 KTX 승무원들에게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2년 뒤, 코레일은 이들에게 KTX 자회사로 옮기라고 제안한 뒤 승무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자 해고했다.
조합원의 주장에 따르면 해고 승무원들은 ‘빚 독촉’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대법원이 “코레일과 승무원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다. 서울고등법원도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들에겐 약 1억원의 빚만 남은 상태다.
차씨는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 ‘언제부터 이자가 나갈 예정’이라는 우편물이 왔다”며 “우체부 아저씨가 오면 없는 척 해야 하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빚 때문에 도망가는 사람들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잠이 안 온다는 조합원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대법원 판결 당시를 꼽았다. 김진옥 KTX열차승무지부 조합원은 “대법원 판결 이후 매순간이 힘들었다”며 “하루 빨리 죽은 친구의 명예가 회복됐으면 좋겠는데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최정현 KTX열차승무지부 조합원은 “대법원 판결로 10년의 시간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19년동안 같이 싸워온 친구 한명을 잃었다”며 “지금 그 친구에게 5살밖에 되지 않은 딸이 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눈물을 흘렸다.
KTX 해고 여승무원들의 코레일을 상대로 한 복직 투쟁은 지난 2006년 3월부터 시작돼 이날로 4228일째를 맞았다. 이들은 지난 20일부터 서울역 3층 대합실에서 복직교섭을 촉구하는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조미르 기자 m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