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죽겠다는 산부인과 도울 사람 어디 없나요

[기자수첩] 죽겠다는 산부인과 도울 사람 어디 없나요

기사승인 2017-10-24 00:03:00
나라의 위상이 올라가며 국내를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과거 ‘발견’이라는 단어를 써야했던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봤다’는 표현을 쓸 만큼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이 특별한 사건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의료계 상황은 조금 다르다. 높은 언어장벽과 독특한 진료 환경과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의사를 보기는 어렵다. 국내 의료기관으로 의술을 배우기 위해 연수를 온 이들이 간혹 눈에 띌 뿐이다.

하지만 현재 의료체계나 정책방향이 유지된다면, 적어도 산부인과를 찾을 경우 외국인 의사를 대면하기는 쉬워질지도 모른다. 실제 일본 산부인과는 경영악화로 임금이 낮은 외국 의사를 채용해야했고, 정부는 일련의 상황을 전환시키고자 지금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의사소통 문제만이 아니다. 의료는 고도의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는 영역인 만큼 국내 의사들의 임금을 유지하기 어려워 외국 의사를 데려오는 상황에서 우수한 인력이 유입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소규모 산부인과 의료기관부터 외국 의사 ‘수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일선 산부인과 개원의들은 10여년 전부터 ‘생존’을 입에 올리고 ‘폐업’을 고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분만율은 떨어지고, 고위험 산모는 늘어나는데 아이를 받아도 돌아오는 보상은 줄어들고 있다. 폐업을 하거나 분만실을 운영하지 않는 의료기관도 늘었다. 지난해 전국에서 신생아가 태어난 의료기관은 총 607곳에 불과하다. 의원급은 313곳이 전부였다.

정부 또한 저출산 대책을 비롯해 다양한 임신ㆍ출산 정책을 펴고, 분만수가를 올리며 정책가산을 투입해 산부인과와 산부인과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하나 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당장 개원가 입장을 대변하고 정부와 함께 고민할 상대가 3년째 둘로 쪼개져있다는 점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데 현장을 알기는커녕 이야기를 전해 듣기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정부 관계자는 “정책파트너를 한 쪽으로 정하기도, 그렇다고 둘 모두를 함께 만나기도 곤란한 입장”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쪽의 의견만을 청취할 경우 반대편에서 비난할 것이고, 둘을 함께 만나면 논의 진행이 어려울 수 있어 곤혹스럽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두 단체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누가 쓰느냐, 선거방식은 어떤 것이 좋으냐를 두고 8번째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로에게 날을 세우며 비방과 폄하, 불신과 배척으로 점철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입으로는 통합을 이야기하지만 양보나 합의는 없어 보였다.

나라의 근간은 국민이요, 존재 이유 또한 국민이다. 그런데 산부인과 개원 의사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라는 두 곳의 집행부가 보이는 행동이나 말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을 존재 이유이자. 근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가운데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도와줄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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