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서 없이 한 진술에 대해서는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항소심 공판에 선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측이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위증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선서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 겁니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조 전 장관의 항소심 2차 공판에서 변호인은 국정감사 당시 속기록을 근거로 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은 “선서 없이 한 진술에 대해서는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면서 “국회 위증죄도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을 구성요건으로 한다.”고 말한 것인데요. “이날은 종합국감 자리로, 당시 속기록을 보면 위원장이 ‘증언 효력이 지금까지 유지돼 별도로 선서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조 전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선서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변호인 말대로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13일 진행된 국감에서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전인 9월27일, 국정감사 첫날 이미 기관장 선서를 했죠.
“선서, 또한 증인으로서 증언함에 있어서는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와 같이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 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서약하고 맹세합니다. 2016년 9월27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윤선.”
당시 유성엽 국회 상임위 위원장의 발언도 잠시 보겠습니다.
“오늘 출석한 기관 증인들은 이전 국감 일에 증인 선서를 하였고, 그 효력이 오늘까지 지속되므로 오늘 별도의 증인 선서는 하지 않습니다.”
보통 최초 선서 이후 추가 기일에는 선서하지 않는 것이 국회 관행입니다. 그러나 해석에 따라서는 추가 기일마다 선서하고 위원장이 이를 정확히 명시해줘야 한다고 보기도 합니다. 때문에 조 전 장관 측의 주장이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이죠.
그러나 국민 정서와 관련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조 전 장관은 여성가족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그리고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냈던 사람입니다. 이랬던 그가 국정농단 방조에서는 무책임한 모습, 1심의 유죄판결에 대해서는 반성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을 향한 여론의 공분이 사그라지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말장난으로 비치는 이같은 핑계는 국민의 반감만 키울 뿐이고요.
특검은 “판례에 따르면 최초 선서 이후에는 추가 기일에서 선서하지 않은 경우도 위증죄가 유죄로 판단된다.”면서 “당시 위원장이 ‘이전 국감일에서 선서를 해서 효력이 유지되므로 별도의 선서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고지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선서와 위증'이 불러올 파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조 전 장관 측이 국민을 '눈먼 장님' 정도로 여기는 모양이라는 것 말이죠.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