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似而非)’ 하면 얼른 종교인과 기자가 연상된다. 그만큼 종교인이나 기자들에게 사이비가 많기 때문일 게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사이비 종교인이나 사이비 기자와 관련한 폐해가 무성하다.
사이비의 뜻은 글자 그대로 겉으로는 그런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겉으로는 진짜 같지만 속으로는 가짜라는 말이다.
글을 시작하면서 뜬금없이 사이비를 들먹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행적과 관련한 보도를 접하면서 자꾸만 사이비라는 말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홍 후보자가 신고한 50억에 육박하는 재산과 1억2000만 원대 연 임대수입, 열한 살 딸에 대한 8억6000만원 증여, 어린 딸에게 2억2000만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부인의 교묘한 절세술 등은 어느 정도 이해된다.
하지만 그의 위선과 이중성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입으로는 부의 대물림을 강력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은 거액의 상속 이익을 챙기고, 입으로는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자식은 특목중에 보내는 등 그의 행적은 보통 사람의 양심에서도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자신은 서울대 출신이 아니면서도 ‘삼수·사수하더라도 서울대를 가라’는 책까지 내며 학벌지상주의를 조장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 경제학과 교수이자 경제정의연구소장으로서 진보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활동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경제정의와 관련한 입법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런 그가 지금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야당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개인적으로 좀 억울한 면이 있을 듯하다. 이 땅의 정치인 치고 자기 정도의 위선과 이중성을 갖지 않은 이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사실 정치인들의 위선과 이중성은 유별나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을 초월해 수많은 정치인들이 거짓 포장을 하고서 뒤로는 온갖 추악한 짓을 해댄다. 여기에는 중앙과 지방을 초월한다. 정치인의 필수조건처럼 너도 나도 위선의 탈을 쓰고 동량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다가 운 나쁘게 법망에 걸려 언론에 보도되는 이들도 심심찮게 나온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갑자기 ‘속 보이는’ 활동을 시작해 주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그런 그의 위선에 대해 사이비라는 표현을 쓰면 지나칠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불과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정치인과 정치지망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다. 가짜이면서 진짜인 척하는, 다시 말해 사이비 정치인과 정치지망인들이 전국적으로 활개를 칠 것이다. 이들의 관심은 오직 단체장이나 시도의원이라는 '자리'밖에 없다. 유권자들로서는 눈을 부릅뜨고 이들을 가려내야 한다.
글을 마치면서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사이비 하면 종교인이나 기자에 앞서 정치인부터 연상되는 게 바른 순서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