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인천 용현 갯골수로에 얽힌 좌절과 분노의 20년

〈기획연재〉 인천 용현 갯골수로에 얽힌 좌절과 분노의 20년

기사승인 2017-11-06 15:36:42

이럴 수는 없다. 해묵은 숙원사업이 좌절돼 주민들은 원성을 넘어 분노를 삭이고 있고, 한 민간사업자가 파산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간 누구 하나 책임 있게 나서는 공무원이 없었다. 공무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국가기관의 결정도, 시장의 결정도, 심지어 법도 통하지 않았다. 바로 인천의 용현 갯골수로 매립을 둘러싼 인천시와 주민 및 민간업자 간 20년 갈등이 그것이다. 그 기막힌 사연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용현 갯골수로는 과거 바닷물이 들어오던 곳이어서 만조 때 비가 많이 내리면 인근 용현5동 주거지역까지 물에 잠기는 상습침수지역이면서 제대로 환경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악취로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아 온 곳이다. 이로 인해 관할 남구청은 인천시에 문제 해결을 요청했으나 인천시는 예산과 천재(天災) 운운하며 수수방관해왔다.

남구청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마땅한 사업자를 구하지 못한 남구청이 승주종합개발(이하 승주)에 손을 내밀었다. 이에 승주는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찾기 위한 용역을 줘 그 결과를 남구청에 제시했다. 대안은 침수방지시설 설치와 함께 매립하자는 것.

남구청이 이에 응하자 승주는 남구청과 협약을 맺고 19977월 7일 해양수산부에 용현 갯골수로 일대를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신청했다. 해수부는 이를 받아들여 이듬해인 9812월 5일 공유수면매립계획 변경을 고시(1차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 변경고시)했다. 당시만 해도 승주는 그게 20년 악몽의 시작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납득할 수 없는 인천시의 처사

문제가 꼬이기 시작한 건 20002월 17일 인천시가 도시계획시설 결정에서 용현 갯골수로를 유수지(홍수 때 하천의 수량을 조절하는 천연 또는 인공의 저수지)로 고시하면서다. 해수부가 공유수면 매립계획에 승주의 요청을 반영한 것은 인천시장(곧 인천시 관련 부서)의 의견을 들었다는 뜻이다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이하 공유수면매립법)’에 따르면 해수부 장관은 매립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미리 해당 지자체장의 의견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천시는 도시계획시설 결정 고시에서 마땅히 해수부의 공유수면매립계획 변경고시를 반영해야 함에도 딴청을 부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천시의 처사는 위법한 것이었다, 공유수면매립법은 관계 행정기관의 장은 매립예정지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권리를 설정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수지로 설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해가 바뀌어 200111월 8일 해수부는 제2차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을 고시했다. 물론 용현 갯골수로 매립계획을 반영한 것이다매립기본계획은 해당 지자체장에게 통보되고 지자체장은 14일 이상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게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른 것인지 뜻밖에도 인천시가 200111월 8일 "갯골수로 상부는 많은 토사가 퇴적되고 주택가가 인접해 있어 향후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사업부지(유수지)에서 제외할 예정이니 의견을 제출해 달라"는 요지의 공문을 승주에 보냈다. 승주는 당연히 매립면허를 신청할 계획이라는 의견을 즉각 제출했다.

인천시의 꼼수?

이제 일이 풀리나 싶었다. 게다가 20022월 7일 인천시와 남구, 남구의회, 주민(용현동 환경개선추진위원회), 승주 등 5자 간 2차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고시 반영조건 이행협의서까지 교환했다. 갯골수로 상부지역(연안교 위쪽 용현동 지역)은 인천시가 유수지 사업부지에서 제외한 지역으로 매립사업 시행 시에는 관련 당사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하기로 하고, 갯골수로 하부지역(연안교 아래 학익동 지역)은 향후 도시미관 저해, 악취 등 환경문제 발생 시 준설, 매립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이후 인천시는 갯골수로 하부지역에 유수지 및 펌프시설 공사를 진행, 2005228일 완료했다. 그에 앞서 승주는 2005124일 갯골수로 상부지역을 매립할 수 있게 유수지에서 공공시설과 유통시설 등으로 변경토록 입안해줄 것을 제안했다. 물론 상부지역을 유수지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인천시의 약속이 있었으니만큼 입안 제안은 단순히 절차적인 문제로 여겼다.

그런데 웬일인지 인천시는 근 2년 간 묵묵부답이다가 200611월 1일 입안 제안을 거부 처분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갯골수로 하부지역 유수지 주변을 친수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어 상부지역도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토록 계획 중이니 매립은 불가하며 도시계획시설변경 결정 입안 제안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

마치 금방이라도 상부지역을 매립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해줄 것처럼 하던 인천시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용현5동 주민들과 승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꼴이었다.

그러고 보면 2차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고시 반영조건 이행협의서를 교환한 것이 하부지역을 유수지로 만들기 위해 이해당사자인 승주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꼼수였던 셈이다. 실제로 그렇게 여기는 주민들이 많다.

문제는 하부지역을 유수지로 만들어 바닷물이 들어오는 걸 막는 바람에 악취가 훨씬 심해진 것이었다. 특히 여름에는 인근 신선초등학교에서 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역한 냄새가 진동한다. 용현5동 주민들은 인천시가 자신들을 인천시민으로 보지 않는 것 아니냐며 분노했다.

이후 인천시와 주민들 및 승주 간 지루한 싸움이 계속된다.<2회로 이어짐>

인천=조남현 기자 freecn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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