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인 장기자랑으로 시작된 성심병원 논란이 병원의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로 번지고 있다.
지난 15일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는 성심병원 소속 간호사들에게 제보받은 갑질 사례를 엮은 보고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직장갑질119는 성심병원 사태의 핵심으로 병원 내 만연한 ‘갑질’과 ‘노동법 위반’을 꼽고, 일송재단 산하 6개 성심병원(한강, 강남, 춘천, 성심, 동탄, 강동)에 대대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족’끼리 왜이래…장기자랑 동원, 성희롱 문화 ‘혼쭐’
성심병원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바로 선정적인 복장의 간호사 장기자랑이다. 성심병원 소속 복수의 간호사들은 직장갑질 119에 재단 행사에서 장기자랑을 준비할 것을 강요당했으며, 짧은 바지, 배꼽티 등 선정적인 의상을 입을 것을 선임에게 지시받았다고 제보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성심병원측은 공식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재단 행사에서 체육대회, 장기자랑 폐지를 검토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사태의 핵심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성심병원 구성원들은 단순히 장기자랑의 수위를 조절하거나 행사 폐지 검토보다는 조직 문화와 근로환경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의사가 간호사들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복수의 제보자는 노래방에서 교수가 간호사들에 춤을 추게 했다, 무릎에 앉게 하고, 허벅지와 등을 쓰다듬었다고 주장했다. 즉, 근본 원인은 병원 행사 자체가 아닌 조직문화 전반에 스며들어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해 성심병원의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또 향후 근로감독을 실시할 경우 직장내 성희롱 조사를 병행하고, 성희롱 예방교육을 이행하지 않거나 성희롱 문제가 발견될 경우 재단이사장과 법인을 처벌할 예정이다.
◇밀린 임금, 시간외수당 달라…‘을’의 반란
강동성심병원의 경우 노동부의 체불임금 시정 지시 이후에도 240억 중 62억원만 일부 직원에게 지급했다. 직원들에게 체불임금 산정 세부내역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심지어 병원 구성원들에게 ‘임금체불건과 관련 경영진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 작성을 강요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한 성심병원 계열 근로자들은 조기출근, 교육, 화상회의, 각종 병원행사 준비, 미사용 연차유급휴가 등으로 인한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제보에 따르면 “매주 화요일 오전 6시 30분에 개최되는 화상회의 준비를 업무시간 외에 하고 있다”, “야근은 물론 준비시간이 두 달 넘게 걸린다”는 등의 불만이 나왔다.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 편법이 이뤄졌다는 제보도 나왔다. 시간외근무 신청 시간을 제한하고, 환자가 없으면급하게 비번 근무로 돌린 뒤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대체하는 등이다. 병원 구성원에게 환자 유치를 종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비단 성심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병원계 전반에 걸쳐 만연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전문인이라는 소명의식으로 적절한 보상체계마저 없이 높은 근무 강도와 빈번한 초과근무, 그리고 교대근무 등을 견뎌왔다”며 “의료기관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대책 마련에 나서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간협은 향후 ‘간호사인권센터’를 통해 인권 침해 사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한편, 해당 보고서를 제출받은 고용노동부측은 “현재 성심병원 근로감독 중이니 관련 지청 감독관에 해당 보고서를 전달하고, 이것을 토대로 감독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제보된 내용 관련 조사가 필요할 경우 추가 근로감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와 노동부는 추가 논의를 위해 오는 19일 2차면담을 진행키로 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