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예후가 나쁜 암으로 꼽힌다. 초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췌장의 위치 또한 위, 간 등 부피가 큰 장기 뒤에 숨어있어 일반적인 건강검진에 포함된 초음파 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16일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강당에서 열린 ‘세계췌장암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췌장암에 대한 환자와 가족들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환자들에게 췌장암은 죽음의 병으로 통한다. 실제로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 내외에 머물고 있다. 또 국내 췌장암 환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췌장암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만6568명으로 2012년 1만2829명에 비해 약 30% 증가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국내 췌장암 권위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췌장암에 대한 올바른 지식 및 예방법을 알려 조기 진단율을 높이면 췌장암의 생존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균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 생존율이 낮은 것은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에 포함된 초음파 검사로는 부족하고 CT나 MRI 검사가 필요하다”며 “다만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아주 흔한 병은 아니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 분들에게 검진을 권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력, 만성췌장염 등 위험인자가 있는 분들이 미리 검진을 받는 것”이라며 “따라서 어떤 사람들이 검진을 받아야 하는지 알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췌담도학회는 췌장암의 위험요인으로 ▲흡연 ▲당뇨병 ▲비만 ▲만성췌장염 ▲가족성 췌장암 등을 지목했다.
‘나이’ 또한 주요발병 인자다. 일반적으로 췌장암 발생의 평균 나이는 65세로 나타나기 때문에 해당 연령대에 속한다면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과도한 음주, 육류·탄수화물 위주의 식이, 휘발성화학물질·방사선 노출 등 생활환경과 습관에도 주의를 기할 것을 권했다.
췌장암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수술’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 어떤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것이 좋을까.
박상재 국립암센터 간담췌외과 교수는 “췌담도 수술에 특화된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며 개인적인 소견을 밝혔다. 다만 빅5 병원 등 특정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수술을 할 수 있다면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 특히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있을 때 수술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며 “모든 수술은 많이 하고 자주하면 잘하게 된다. 전국 3차 병원에는 간담췌 중에서 담도와 췌장수술에 특화된 외과의사들이 골고루 있다. 이들에게 수술 받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특정병원에 환자들이 몰리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많은 수의 환자가 의사 1명에게 몰렸을 때 의사가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최선을 다하기란 쉽지 않다. 해당 외과 의사에 수술받은 환자들이 모두 수준 있는 진료를 받을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매년 11월은 세계 췌장암의 달이다. 한국췌장암네트워크, 대한췌담도한회, 한국췌장외과연구회, 대한암협회는 이를 기념해 ‘췌장암 캠페인, 희망의 시작’이라는 타이틀로 췌장암의 예방과 조기발견, 그리고 췌장암 극복에 기여하고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