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3년 차 아이돌 슈퍼주니어가 다시 한번 데뷔했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CJ오쇼핑에서 방송된 ‘슈퍼마켓’을 통해 홈쇼핑에 진출한 것이죠. 이날 슈퍼주니어는 쇼호스트 및 모델로 나서 다운점퍼를 판매했습니다. 다운점퍼를 구매한 고객에게 슈퍼주니어의 앨범을 증정하기도 했죠. 결과는 ‘완판’이었습니다.
슈퍼주니어가 아이돌 최초로 홈쇼핑에 출연한 이유는 공약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는 음반이나 음원차트에서 일정한 성적을 올리면 무엇을 하겠다고 팬들과 약속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공약을 내건 것은 슈퍼주니어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은 지난 7일 여덟 번째 정규앨범 ‘플레이’(PLAY)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앨범을 20만 장 이상 판매하면 홈쇼핑에 출연해 ‘블랙슈트’를 판매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본업인 가수를 비롯해 예능 등에서 활약해온 슈퍼주니어였기 때문에 농담처럼 던진 말임에도 현실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습니다.
슈퍼주니어가 공약을 이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규앨범 판매량이 20만 장을 넘어선 덕분입니다. ‘플레이’는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20만 장 이상(가온차트 기준)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한류 그룹다운 수치였죠.
공약 이행의 조건을 충족하자마자 CJ오쇼핑 측은 특별 편성 소식을 알렸습니다. 슈퍼주니어의 ‘슈퍼’와 시장을 뜻하는 ‘마켓’을 합친 ‘슈퍼마켓’이라는 프로그램을 특별히 편성해 슈퍼주니어와 블랙패딩을 판매하겠다는 내용이었죠. 당초 공약 내용은 타이틀곡과 동명의 블랙수트를 파는 것이었지만, 겨울이 다가오는 관계로 품목은 변경됐습니다. 앞서 가수 루시드폴과 함께 홈쇼핑으로 9분 만에 귤을 완판 시킨 이민웅 쇼호스트가 지원사격에 나선다고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슈퍼마켓’은 지난 20일 오후 10시45분 방송됐습니다. 이날 슈퍼주니어가 판매한 싸이앤 롱다운 점퍼는 50분 동안 1만9000벌이 팔리는 놀라운 실적을 보였죠. 총 매출은 약 21억 원으로 CJ오쇼핑 측은 목표했던 수량의 2.7배를 팔았다고 전했습니다.
판매 액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슈퍼주니어가 이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음악방송 분위기가 나는 세트에 자신들이 판매하는 점퍼를 입고 등장한 슈퍼주니어는 ‘블랙수트’ 무대로 방송의 막을 올렸습니다. 이후 쉴 새 없이 성대모사 개인기와 4분할 모델컷 등을 선보이며 웃음을 유발했죠. 멤버 김희철이 민경훈, 김장훈, 조용필 성대모사로 제품을 홍보하자 주문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쇼호스트로 나선 이특은 점퍼를 판매하기 위해 일주일간 직접 착용해 봤다며 제품의 장점을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다양한 체형의 멤버들이 있다는 것도 홈쇼핑에서 옷을 판매하기엔 좋은 요소였습니다. 멤버 신동이 착용한 남자 110 사이즈 검정 색상은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슈퍼주니어의 두 번째 데뷔는 성공리에 마무리됐습니다. 홈쇼핑 예능의 장을 연 셈이죠. 방송 종료 직후 팬들은 ‘이번 앨범 활동 중 가장 재미있는 방송이었다’라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애초에 팬과의 약속으로 시작된 자리인 만큼 본연의 목적을 달성한 것입니다. 더불어 21일 오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슈퍼주니어 홈쇼핑’이 올라 대중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 반응이라면 웃음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앨범 판매 공약의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CJ오쇼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