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아이스하키협회 산하 한국초등아이스하키연맹(회장 천현수)의 비위가 한 케이블TV 방송을 통해 보도된 뒤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아시아경제TV가 지난 20일 ‘특별탐사기획, 채플린의 탐사노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볼모로 탐욕을 부린 일부 지도자의 잘못된 행태를 내보내자 아이스하키를 포함한 체육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70여일 남긴 시점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스포츠계의 적폐’로 지목하면서 현 정부가 또 하나의 청산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아이스하키 미래는 없다’라는 제목을 단 이 방송에서는 어린 선수들을 볼모로 벌인 어른들의 밥그릇 싸움과 특혜 의혹, 불법을 일삼아도 노출되지 않았던 관행까지 낱낱이 공개됐다.
일부 지도자는 방송에서 “우리 대표팀이 세계선수권 1부리그 진출과 사상 첫 올림픽 출전으로 역사를 새로 쓰고 있지만, 올림픽 이후 한국 아이스하키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학부모들도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유망주들을 키워낼 육성체계가 썩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에서는 이번 방송 기획과 관련, “학부모들의 연이은 제보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학부모들이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연맹의 비위를 신고하고, 2개월여 뒤 문체부는 연맹의 상급 기관인 대한아이스하키협회와 대한체육회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신고의 핵심 쟁점은 연맹의 ‘선수이적 제한규정’이었다.
운동을 즐기는 초등부 선수들도 프로선수처럼 한 팀에서 다른 팀으로 옮기려면 이적 동의서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돈벌이가 줄어드는 걸 염려한 감독들이 이적 동의를 해줄리 만무하고 결국 그 선수는 어떤 팀에도 갈 수 없어 운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다.
초등 클럽을 운영 중인 한 감독은 “같은 지도자가 봐도 부끄럽다. 어린이 회원 수가 수입과 직결되다 보니 선수를 뺏기지 않으려고 이적 제한규정을 수단으로 쓴 것”이라고 털어놨다.
방송에서 학부모단체 법률대리인 김경렬 변호사는 “이는 자기결정권,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규정”이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수차례 인권침해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연맹은 아이스하키협회 규정을 따르는 것뿐이고, 학부모들이 스포츠계의 기본을 잘 모른다는 입장이었다. 즉 특정팀 선수가 다른 팀 소속으로 대회에 나오면 안 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방송에서는 또 연맹 임원의 구성형태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연맹은 총 22명의 임원진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15명이 클럽팀을 운영 중이거나 특정 팀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들이 매년 선발하는 대표선수를 자신과 연관된 팀에서 주로 선발되도록 특혜를 몰아주고 회계 운영도 불투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대표팀 44명 중 18명이, 올해는 44명 중 14명이 임원들과 연관된 팀에서 선발됐다. 한 클럽팀 지도자는 “특정 팀에 가기면 하면 6학년이 되는 해에 대표선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맹 측은 “전국에서 지원을 받아 총 4경기를 치르고 공정하게 선발할 뿐”이라면서 “또 회계 내역은 올해부터 공개하고 있다”도 설명했다.
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