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자가 이번에도 허재 감독을 도발했다. 하지만 허 감독의 반응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 대표팀은 26일 고양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중국전에서 81대92로 패했다. 4쿼터 막판 10점 차까지 점수를 좁히는 등 끝까지 분전했으나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허 감독은 “뉴질랜드전 이후 경기 일정도 빡빡하고 이동 거리도 길었다”며 “공격도 내외곽 조화가 되지 않았다. 상대 수비와 신장에 많이 밀렸다. 외곽슛이 터지지 않은 게 아쉽다. 디펜스에선 지역방어에 의존을 많이 했는데 내가 지시가 늦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지던 도중 중국 기자가 돌연 질문을 던졌다. 중국 감독의 제스처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허 감독은 질문을 듣고는 당혹스러워했다. 경기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질문이었기 때문. 허 감독은 재차 되물은 뒤 “아무 생각 없다. 대화가 돼야 뭐라도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그러자 중국 기자는 또 한 번 허 감독을 도발했다. 그는 “선수 때나 감독으로서 중국과 상대해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데 스트레스 받지 않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허 감독은 짧게 미소를 지었다. 허 감독의 지난 어록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허 감독은 이미 중국 기자와 악연이 있었다. 지난 2011년 FIBA 아시아 남자농구 선수권 대회 준결승전에서 중국에 패배 후 인터뷰에서 중국기자가 “중국 국가가 나오는데 한국선수들은 왜 움직였냐”고 질문을 던지자 허 감독은 “뭔 소리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고 그래 X발 짜증나게”라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화제가 된 그 영상은 아직까지도 포털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허 감독은 “다음에 이기면 되지 뭐”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대표팀 선수들은 하나같이 “감독님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전의 불같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누그러지고 편안한 리더쉽으로 무장했다. 허 감독이 한층 여유로워졌단 반증이다.
한편 허 감독은 “2월에 열리는 경기는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