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비’는 말 그대로 연구에 사용되는 돈입니다. 연구과제협약서에 명시된 금액을 말하죠. 연구비를 ‘따는’ 가장 확실한 방법에 앞서 연구개발비의 여러 항목에 대해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일단, ‘다년도(단계별) 협약’은 2년 이상의 계속 과제 중 연구기간을 단계별로 나눠 협약한 연구개발과제를 뜻합니다. 최초협약연도에 정해진 단가를 적용, 총 연구기간이나 단계별 연구기간을 대상으로 협약을 체결하게 되죠.
‘비목’은 연구개발비 중 직접비와 간접비로 구성됩니다. ‘정산’은 주관연구기관의 장이 제출한 연구개발비 사용실적보고서에 대해 실시하는 회계검사입니다. ‘사용 잔액’은 연구과제 종료 후 연구개발비를 사용하고 남은 돈입니다.
‘부당집행액’은 회계검사 후 부당집행액으로 확정된 금액을 말합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관리지침’ 등을 준수하지 않으면 해당 사업비는 회수됩니다. 신문지상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연구비 부정의 대다수는 연구개발비를 부당 집행한 경우를 말합니다.
연구 부정은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가라(가짜란 뜻의 은어) 영수증’이나 학생 연구원에게 급여 통장을 상납토록 하는 사소한(?) 일탈도 일단은 연구개발비를 ‘따고’나서야 가능해지겠죠?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에 이르는 연구비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단계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명문대를 갈 것. S대면 좋습니다. 여기에 S대 의대면 더 좋겠죠. 지잡대야 어디 인맥 같은 인맥이라도 생기겠어요?
둘째. 줄을 잘 설 것. 학내(또는 병원내) 정치력이 강한 ‘분’ 뒤에 찰싹 달라붙어 있으면 아주 좋습니다. 그러려면 논문을 다 쓴 후 ‘제1저자’란은 비워두세요. 왜냐하면 그 분의 이름을 넣어드려야 기뻐하시니까요. 아참! 그 분의 눈 밖에 난 동료는, 동기이거나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일지라도 단호하게 끊으세요. 여러분 자신은 의리 따위보다 소중하니까요.
셋째, 공무원과 친하게 지내세요. 여기서 첫 번째의 힘이 발휘됩니다. 어쩌면 그렇게 연구비를 쥐고 있는 분들마다 동문 선배님들이 많은지요.
자, 이제 세 번째 단계까지 거친 당신은 논문 저자로 이름을 넣을 기회를 많이 얻었을 겁니다. 연구 실적도 웬만큼 쌓인 당신은 곧 숱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교수 자리를 거머쥐게 될 것이고, 뉴스에도 종종 ‘전문가’로 얼굴을 비추게 될 겁니다.
세월이 흘러 기관장에 위촉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때쯤이면 당신의 배우자도 동종 분야의 교수일 확률이 높을 테고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아내에게, 당신을 따르는 후배나 제자에게 연구개발비를 ‘몰빵’해줘야 하니까요. 어쩌다 연구비 부정 집행이 발각돼도, 친분을 쌓은 공무원들에게 전화 몇 통이면 해결되니, 얼마나 좋아요.
여튼 당신이 ‘몰빵’해준 연구비의 상당수는 도로 돌아오게 될 겁니다. 바쁜 당신을 위해 제1저자를 비워둔 우수한 논문이 발표되면, 제약사 등에서 상도 주게 될 것이고요. 그런 상금들은 액수도 꽤 크죠.
머리에 서리가 내릴 무렵, 그러나 당신에게 뜻하지 않는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타협’이 안 되는 기자 한 명이 당신을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당신의 승승장구 인생의 어두운 그늘을 들춰낼 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 글처럼 말이죠. 쿡기자가 곧 찾아뵙겠습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