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복지부 공무원, 난임 여성에게 “우린 (임신) 성공률을 본다”

[기획] 복지부 공무원, 난임 여성에게 “우린 (임신) 성공률을 본다”

본지, 보건복지부 긴급 간담회 녹취록 단독 입수(하)

기사승인 2017-12-07 00:05:00

[편집자 주] 난임 여성들은 일부 누리꾼의 말처럼 프로불편러’(툭하면 비난과 혐오로 몰아붙이는 문화나 사람들을 풍자하는 은어)일까? 아니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의 답은 본 기사를 통해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쿠키뉴스는 난임 정책 시행 3일전에 진행된 보건복지부(복지부)와 난임 여성들 사이의 비공개 간담회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지난 928일 오전 1040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긴급 간담회가 진행됐다. 정부 측에서는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 등 정부 관계자들이 나왔다. 반대편에는 난임 전문 단체와 관련 커뮤니티에서 온 이들이었다. 구어체나 문법에 맞지 않는 비문은 기사체로 일부 수정했다.

난임여성C=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을 위해 한다는 행동들이 현실적으로 와 닿는 도움이 없다. (이전 정부 난임 지원과 새 난임 정책간의) 횟수 연계는 계속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20년 넘게 건강보험을 납부해왔지만, 막상 필요할 때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게 무슨 보험인가.

국가 재원도 한정적이니 무한정 퍼줄 순 없다고 백번 이해한다 치자. 그렇다 쳐도 정부 난임 시술 지원금과 건강보험 연계를 일대일로 연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난임 여성B=새 난임 정책 시행 2주를 앞두고 이러한 내용을 발표한 게 가장 문제다. 최소 3개월 전에 횟수 연계가 될 테니 참고하라고 정책 홍보만 해줬어도 이처럼 혼선이 있진 않을 것이다. 보건소와 난임 병원 모두 횟수 연계를 예상하지 못하고 안내를 했었다. 그랬다가 난임 부부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난임 여성A=정책 발표에 앞서 TV 광고에선 국가에서 다 해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주변 친인척들은 정부가 지원해주니 다행이라며 축하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정책의 뚜껑을 열어보니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충격에 빠졌다.”

난임 여성B=아일 낳겠다고 주사바늘에 찔려가며 난임 시술에 몇 백만 원을 투자한다. 공난포가 나와 난소 채취에 실패하면 그걸로 끝난 거다. 새 난임 정책은 채취 횟수도 포함시킨다고 한다. 억울하다. 기존의 정부 난임 지원 사업은 그렇지 않았다. 총 금액 제한으로 했어야 한다. 그러면 설사 채취를 여러 번 실패해도 이 금액 안에서 시술을 선택할 수 있지 않나. 지금처럼 횟수로만 제한하면 난소 이식조차 못하고 끝나고 만다.”

난임 여성C=채취 몇 번, 이식 몇 번 이런 식으로 나눴어야 했다. 기존의 난임 전문 병원들은 채취 및 공난포일 경우, 비용을 안 받았다. 병원도 도의적 책임을 진 것이다.”

난임 여성A=복지부의 난임 병원 평가도 문제다. 병원들이 더 좋은 평가를 위해 임신 성공률이 낮다고 판단한 환자들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소위 환자 난민을 초래할 우려가 있단 이야기다.”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정통령 과장)=그건 지나친 기우다. 절대로 (임신) 성공률만으로 평가하진 않는다. 그러나 난임 시술 기관에서 난임 시술을 했는데, 성공률은 제일 중요한 결과 아닌가.”

난임 여성C=어느 단계까지 성공했다고 보는 건가.”

정통령 과장=다각도로 볼 수 있다. 최종적으로 임신이나 출산에 성공하는 것 등. 난임 기관을 평가하자는 것은 해당 기관들이 얼마나 표준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을 하는지를 판단하잔 의미다. 병원마다 시술 가격의 차이가 난다. 시술 가격은 각 병원마다 고가의 장비를 도입하거나 인력 투입 등의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의료기관의 질 향상 노력을 (평가에) 반영하자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병원에 따라 표준 가격을 상정할 수밖에 없다.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해오던 기관들은 조금 더 보상을, 그렇지 않은 곳은 더 낮은 보상을 함으로써 질 좋은 의료기관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자는 거다. 기계적으로 임신 성공률을 비교하겠단 건 아니다.”

난임 관련 단체 관계자=난임 부부들은 환자 난민이 될 것을 우려한다.”

정통령 과장=현장에서 난임 부부가 느끼는 부분은 다를 수 있다. 그건 말해 달라. 평가와 관련한 부분은 충분히 정책에 반영 하겠다.”

난임 여성A=건보 적용 이후 되레 자가 부담이 커졌다. 지원 대상이 아닌 난임 여성들은 본인 돈으로 시술을 받아야 한다. 건보 적용으로 병원 의료 수익이 하락하면 병원은 비급여 항목의 비용을 높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료비는 더욱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원 대상이 아닌 시술 항목은 병원 재량에 맡긴다고만 한다. 무책임한 처사 아닌가.”

정통령 과장=복지부 출산정책과는 병원 영수증을 토대로 기존의 관행가를 낮춘 수준으로 시술 비용을 정했다. 병원에서 비공식적으로 할인해줬던 부분까지 반영할 순 없었다.”

난임 여성C=“30개 이상의 병원 비급여 항목 가격을 비교해봤다. 차수가 늘어날 때마다 난소 채취비와 이식비를 10% 가량 차감해줬다. 새 난임 정책에서 나이 제한 등에 걸려 정부 지원에서 제외된 이들은 기존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만 한다.”

정통령 과장=기본 수가를 정할 때 할인율까지 반영하긴 어렵다. 비급여 가격을 그대로 두는 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만약에 병원이 비급여 시술 비용을 터무니없이 높게 청구해 수익을 보존하려 한다면, 복지부는 가격 통제를 하겠다고 밝혔다. 환자들의 우려는 공감한다. 이 부분은 모니터링을 해서 한번 해보자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난임 여성A=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나.”

정통령 과장=일례로 초음파의 경우, 200개 기관의 비급여 실제 진료비를 계속 모니터링 했다. 난임 시술 기관은 그 수가 적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체크할 수 있다.”(후략)

(3일 뒤인 101일 새 난임 정책이 시행됐다. 난임 여성들은 청와대에 청원과 복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정책 개선을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입을 닫았다. 추가 간담회 역시 불발됐다. 일부 언론이 난임 부부들의 목소리에 몇 차례 귀를 기울였을 뿐, 이들은 사실상 정책 타깃에서 정책 사각지대로 밀려났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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