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가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외상센터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조찬세미나 '포용과 도전'에서 국내 권역외상센터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 교수는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살려내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국회가 권역외상센터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조찬세미나에서 이 교수는 “국내 권역외상센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일회성 예산 증액에 그칠 것이 아니라, 권역외상센터 체계가 왜 필요한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제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의료계나 공직사회나 '이국종이 없으면 조용할 텐데, 밤에 헬기 안 띄워도 될 텐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귀순 북한 병사를 치료하는 과정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 수술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 1시간 이상 걸려 수술방에 올라간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가 중동보다 (의료 시스템이) 못 하다는 것"이라며 "다치면 30분 안에 수술방으로 가는 그런 나라에서 살기 위해 북한 병사가 귀순한 것 아니겠냐. 정작 그 친구가 한국에서 노동하다 다쳤는데 수술까지 몇 시간이 걸리면 어떡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교수는 "분명한 것은 저희가 안 나가면 (위급한) 환자들은 다 죽는다. 이런 환자 한두 명 죽는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며 "정말 슬픈 것은 소방헬기라도 타고 돌아다니는 노력이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 취급을 받는 상황이 굉장히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는 국회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 권역외상센터 관련 예산이 53%가량 증액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정치권과 언론에서 예산을 만들어줘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들에게까지는 안내려온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의원들이 좋은 뜻에서, (예산을 편성하지만) 밑으로 투영이 안 된다"며 "외상센터는 만들었는데 환자가 없으니 (병원장들이 우리에게) 일반환자를 진료하게 한다"며 권역외상센터의 어려운 '실상'을 털어놨다.
그는 "국민에게 참담한 마음으로 죄송하다"며 "(국민이) 청원해 예산이 늘어나면 외상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지 않느냐.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피눈물이 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뭐라고 욕하든 저는 (헬기로 환자를 실어나르는) 야간비행하겠다. 복지부에서 닥터헬기(응급의료전용헬기) 지급을 안 해준다고 해도, 소방헬기를 더이상 타면 안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힘줘 말했다. 이어 "전세계 어느 나라든 외상외과 의사가 밤이라고 일 안 하지 않는다. 저는 계속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