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휴지기제가 큰 효과를 거두면서 이를 상시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선 농가에서는 휴지기제에 대해 찬성한다면서도 상시화를 위해서는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말한다.
◇ ‘휴지기제 효과’ AI 살처분 가금류 대폭 감소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일 시행한 오리 사육 휴지기제를 기존 ‘3년 이내 2회 이상 AI 발생한 지역을 기준 반경 500m 내’에서 ‘3년간 AI 1회 일상 발생농가와 500m 이내 농가, 철새도래지 3㎞ 이내 농가’로 확대했다.
휴지기제는 해당 범위에 포함돼 사육이 중지된 농가에 대해 기간 동안 수익을 보장해주는 휴업보상제를 말한다.
농식품부의 휴지기제 확대는 즉각적인 효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강원·세종·전북·충북 등 전국 66곳에서 발생한 AI로 총 223만147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된 것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전북 고창 1곳 발생, 1만2300마리 살처분에 그쳤다.
정부와 농식품부는 사육농가 91곳을 선정하고 내년 3월까지 2차 휴지기제를 지정·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사육규모만 130여만마리에 달한다.
이번 휴지기제 도입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AI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정부의 초강수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달 전남 함평군 거점소독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AI가 발생하는 계절이 내년 평창올림픽을 앞둔 시기로 긴장을 풀어선 안된다”면서 “최소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끝날 때까지 이 체계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 ‘상시화’ 위해 선결할 문제 산적
다만 계열업체와 일선농가에서는 휴업보상금과 가금류 물량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휴지기제 상시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휴지기제로 인한 휴업보상금은 오리 생산비의 80% 수준으로 마리당 510원 수준에 불과하다. 또 사실상 입식 중단이 휴지기제보다 앞선 9월경부터 이뤄졌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제외된 상태다.
전북 고창의 한 사육농장주는 “현재 책정된 510원은 현실적이지 못한 금액”이라면서 “시설운영비를 비롯해 농장운영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휴업기제) 상시화가 어떤식으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와 같은 조건이라면 반길 농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지기제 대상 농가가 늘어나면서 지방 계열화업체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산지 오리가격이 폭등하면서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경우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산지 새끼오리와 생체오리 가격은 1600원과 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0%, 29.4% 폭등했다. 육용오리 42일령 가격은 통상 생체오리가격의 1.1배로 8800원에 달한다.
통상 계약농가의 경우 산지가격과 별개로 계열화 업체와 계약한 가격으로 납품한다. 그러나 산지가격이 폭등하면서 납품가와 차이가 벌어지자 타 계열화 업체 농가를 찾아 납품가에 웃돈을 얹어 구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뒷거래’가 성행하면서 일부 농장에서는 음성적으로 입식기준보다 더 많은 가금류를 사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농장주는 “현재 지역 계열화 업체들이 물량확보를 위해 휴지기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농가를 돌며 암암리에 웃돈을 얹어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안다”면서 “‘AI 확대 방지’만을 위해서는 휴지기제가 분명히 효과적이지만 상시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해결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