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된 ‘호스피스와 연명의료 및 연명의료중단등 결정에 관한 종합계획 공청회’에는 전문가들이 참석, 정부의 5개년 계획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폈다. 이날 100여명의 시민이 참석,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국립 암센터가 공동으로 연구한 종합계획안은 이윤성 서울대의대 교수 겸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을 비롯해 백수진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연구부장, 장윤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사업과장 등에 의해 발표됐다. 발표에 이어 각 전문가들의 날선 토론이 진행됐다.
좌장을 맡은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시민들은 전문가와는 다른 시각과 생각을 갖고 있다. 내년 2월 4일 의료현장에서의 간극을 어떻게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김소윤 연세대의대 교수=“비전이 모호하다. 언제,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모호하게 표현돼 있다. 목표와 비전이 적합한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전략도 구체적이지 않다. 5년 동안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성이 떨어진다. 현상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 하겠다는 게 전략인데, 이게 분명치 않다. 대국민인식 개선 방법과 관련해, 근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문화, 삶의 질 향상 등 국민들의 인식 변화 전략이 미흡해 보인다.”
▷유상호 한양대의대 교수=“일단, 의료기관윤리위원회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여러 임상의료 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다. 법률에 따라 윤리위원회는 심의보단 상담 및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 지원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 관리 및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실제 ‘지원책’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계획을 밝혀 달라.”
▷문재영 충남대의대 교수=“시범사업을 진행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선 법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적절한 인적, 물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기관에선 막막하다. 일반 환자분들 입장에선 더 어려움이 느껴질 것이다. 연명중단 계획서를 쓰기 위해 환자 가족이 모여, 의사에게 질문을 쏟아낸다. 누군가 상담과 서류 양식을 도와야하지 않겠나. 적절한 지원이 구체적이지 않다.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은 따라갈 수 있지만, 요양병원이나 중소병원에 대한 준비와 안내가 시급해 보인다.”
▷박미라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연명의료를 복지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시범 사업을 진행한지 한 달가량 됐다. 지적 사항은 수렴하겠다. 이 법이 어려운 건 현재 상황 때문이다. 예측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쌓인 데이터가 전부다. 실제 의료기관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도 정보가 없다. 그러나 시스템 구축이나 설명회, 대국민홍보, 캠페인 등은 2월 4일 전까지 시행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최윤선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호스피스법과 연명의료법은 분리돼야 한다. 5개년 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이 나와야 하지만, 5개년 계획은 현 상황을 나열한 것뿐이다. 절차와 관리, 규제 위주의 프레임에 넣어 종합계획을 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한국에 맞는 적합한 용어 선정도 필요하다. 5개년 계획은 타임테이블이 없다. 장애 요인 분석도 안 되어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의사-환자 간 신뢰 부족으로 법 제정까지 온 것이다. 회의가 든다.”
▷박명희 한국호스피스완화간호사회 학술이사=“호스피스는 정부 정책이 시작되기 50년 전부터 민간차원에서 시행돼 왔다. 호스피스 기관간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기관들은 현재 재원의 문제에 봉착해있다. 꼭 필요한 시기에 시급한 입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보 시스템도 시급하다. 연동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숙련화된 전문 인력 양성은 시급한 문제다.”
▷박수경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양질의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다.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양적 팽창만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 환자들의 인식전환, 서비스 정립 등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어떻게 서비스의 질을 높일지 고민해가며 진행해야 한다. 확대가 질이 향상되는 가치기반이 돼야 양만 늘어나는 ‘실적 쌓기’로 비화되면 안 된다. 따라서 서비스 제공 체계 구축은 호스피스 서비스의 기본 개념을 해치면 안 된다. 이러한 고민 없이 서비스 제공 기관만 늘리면 그간 의료계의 문제를 답습하게 된다.”
▷강민규 복지부 질병정책과장=“5개년 계획은 주효하고 시급하고 실현 가능한 것으로, 아무래도 중장기 계획이라 큰 틀에서 제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작업을 하다보면 비전이 전부를 포괄하고 있는지, 너무 구체적이어서 한 부분만 반영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호스피스와 연명의료의 연계 부족 부분과 관련해 고민이 많았다. 법률로 묶어놓았기 때문에 행정부로서는 묶어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분절성과 단절성이 있음은 인지하고 있다. 더 고민해보겠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수렴,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내년 2월께 ‘호스피스와 연명의료 및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에 관한 종합계획‘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