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게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는 나치 부역자 숙청 반대 여론이 일자 “프랑스 공화국은 절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역설했습니다. 카뮈의 정언은 2017년 현재의 대한민국에도 유효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대상을 ‘적폐’로 바꾼다면 말이죠.
문무일 검찰총장이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그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회 전체가 한 가지 이슈에 너무 매달리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연내 적폐청산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문 총장을 향한 여론의 비난은 매섭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실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촛불 시민의 염원으로 탄생한 정부에서 나온 이야기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문 총장은 앞서 10월에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도 “수사가 길어지면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대체 뭘 했다고’ ‘누가 원한다고’ 적폐청산이 마무리되어야 하는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적폐청산의 피로감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물론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반발이기는 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두고 “지나간 6개월간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하명수사’ ‘과잉수사’도 모자라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으로 매도된 적폐청산은 예상보다 더 험난한 길을 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폐청산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적폐세력은 지난 9년, 혹은 더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존재해왔습니다. 조용히, 부지런히 뿌리를 내리며 말이죠. 몇 개월 만에 전체를 도려낼 수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급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지금까지 나치 부역자 청산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과거 청산에 성공해 본 적이 없습니다. 친일세력을 처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도 힘없이 와해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