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이 시작됐다. 양측 모두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 노동조합은 이번이야말로 ‘변화’가 가능한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측은 기관장의 전권에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 받아들일 수 없다는 속내다. 이 때문에 협상은 번번이 결렬됐다. 열쇠는 한사람, ‘서창석’에게 달려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이하 서울대병원 노조)가 지난 8일 ‘하루’ 파업을 진행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대내외적으로 '병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건 파업은 꼭 10년만이다. 병원 측과의 협상 결과가 불발로 끝나게 되면 12일부터 무기한 파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이번 파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강조한 공공기관 소속 직원들의 정규직화 공약을 각 기관이 실제로 이행하라는 요구다(서울대병원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국내 공공부문의 눈과 귀가 이번 파업에 쏠린 이유다. 실제로 100개의 사업장에서 파업 지지 의사를 보냈다. 해결의 열쇠는 서창석 병원장이 쥐고 있다. 정치권의 사퇴 압력을 비롯해 노조의 이번 ‘끝장 파업’에 이르기까지, 서 원장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제한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노조가 하루 동안의 파업을 시작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병원 측에 제시한 요구사항에 대해 병원이 어떠한 수용안도 내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노조의 요구안은 ▶비정규직 1600명 정규직 전환 ▶의사 성과급제 폐지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외주급식 직영 전환 ▶자회사 ‘헬스커넥트’ 철수 ▶외상센터·화상센터 운영 ▶신입 직원 임금·복지 삭감 복원 ▶보라매병원 전속제 중단 ▶인력 충원 등이다.
노조 내부에서는 파업에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권도 바뀌었는데’, ‘파업했다 욕먹는 것 아닌가’, ‘아니다. 정부가 하려는 걸 우리가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여러 의견이 분분했지만, 조합원 간담회를 지나 지난 4일 파업 찬반투표 결과는 조합원의 91.2%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리고 5일 서울대병원 측은 노조와의 단체 교섭을 거부했다. 이튿날인 6일 결국 교섭 테이블에는 노조와 서울대병원 측이 마주앉았다. 그러나 단체 및 대표자 교섭이 차례로 열린 이날, 서 병원장은 교섭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파업을 하루 앞둔 7일 ‘노동자 중식 집회’에는 역대 최대 인원인 300여명의 직원이 참석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2차 파업을 논의했다. 그 결과, 거론한 바와 같이 주말동안 병원 측과의 추가 교섭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12일부터 ‘무기한 연속 파업’에 돌입하자는 결론이 도출됐다.
◇ 서창석은 버틴다
이번 서울대병원 파업의 양상은 통상 병원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표출하는 환자들마저도 공감의 뜻을 밝히고 있다. 8일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만난 김강식씨(60·가명)는 기자에게 “서울대병원이 지난해부터 최순실과 연관돼 시끄럽지 않았느냐”며 공감의 뜻을 표했다. 이순영씨(47·여)도 “자세히 알진 못해도 저들(노조)의 주장이 허황된 것 같진 않다”며 “병원이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노조 파업의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서창석 퇴진 요구’도 내포돼 있다. 노조는 지난해 이른바 ‘의료농단’에 연루된 서 원장의 자진 사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바 있었다. 그리고 노조의 이러한 주장은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국회의원 할 것 없이 서창석 병원장의 퇴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물론 서 병원장은 끝까지 버텼다.
이번 상황은, 그러나 서 원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간호사 장기자랑’ 및 ‘서울대병원 간호사 초임’ 문제 등이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하며, 대중의 의료기관 쇄신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마냥 서 원장이 버티기만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의료계와 정계의 분위기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유력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창석 병원장) 스스로 ‘위기 상황’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강경하게 버티던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어떻게 됐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서창석 병원장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개다. 노조의 요구안을 일정부분 수용, 결과를 도출하거나 거부하는 것. 그리고 거부시 서 병원장이 이전과 같이 침묵으로 '버티기'는 녹록치 않다. 싸움의 끝을 향한 초침은 지금도 서 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