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화려한 행보를 보인 그룹 방탄소년단의 제작자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입을 열었다. 올해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아메리칸 뮤직어워드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영미권에서 큰 성장과 성과를 거뒀다. 미국 방송 유명 토크쇼에 출연해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한 번의 해프닝이 아닌, 하나의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방시혁 대표는 1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 3 윙스 투어 더 파이널’(2017 BTS LIVE TRILOGY EPISODE III THE WINGS TOUR THE FINAL)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본격적인 기자간담회에 앞서 방시혁 대표는 자신을 ‘방탄소년단의 아버지’ 등으로 수식하는 것을 지양해 달라고 부탁했다. 방 대표는 “아티스트를 누군가 창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버지’ ‘아빠’라고 불리는 순간 방탄소년단이 객체가 되고 마치 제가 그들을 만들어 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제 철학과는 맞지 않는 호칭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방시혁 대표가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을 어떻게 생각하고 기획하는 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에 관해 방시혁 대표는 한 가지 이유를 꼽는 대신 다양한 요소가 합치된 결과라는 설명을 내놨다. 방 대표는 “방탄소년단의 역사 자체가 유기적이다. 다양한 요소가 움직인 부분이 있다”며 “‘쩔어’라는 노래로 해외 유튜브 이용자에게 관심을 받고 ‘불타오르네’로 해외 팬들의 결집이 폭발했다. ‘피땀눈물’로 보편성과 범 대중성을 확대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빌보드,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미국 언론의 주목이 합쳐져 눈덩이 굴러가듯 오늘날의 방탄소년단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해외시장을 의식적으로 공략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처음부터 K팝 고유의 가치를 지키는 것에 주력했고 이 부분이 해외시장에 주효했다는 것.
방시혁 대표는 “처음 방탄소년단을 만들 때부터 K팝 고유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다. 199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K팝은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음악이 총체적인 패키지로 기능하고, 무대 퍼포먼스가 멋있는 것이다. K팝 고유의 본질 자체가 이미 언어적 경계를 넘어서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 부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여기에 방탄소년단만의 가치를 더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 큰 반응을 얻었지만, 해외 시장에 맞춰 가기보다 해왔던 것을 그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미국 시장을 목표로 미국에 진출해 영어 가사 노래를 발표하는 것은 방탄소년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것.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은 K팝 고유의 가치를 지켜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저희가 하던 것을 열심히 하겠다. 잘하는 것을 잘하겠다는 의미”라며 “현재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팬들에 대한 믿음이 깊다. 향후에도 현재 팬들이 좋아하는 것을 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얻는 K팝 아티스트가 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방 대표는 “과거 K팝 기획사가 K팝을 해외에서 산업으로 기능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저도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K팝 종사자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방탄소년단이라는 모델을 통해 동시대 K팝 가수들이 힌트를 얻어 해외 시장에 더 진출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 3 윙스 투어 더 파이널’ 콘서트를 열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