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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조쉬 린드블럼과 롯데 자이언츠가 결별했다. 기량과 돈에 의해 좌우되는 프로 시장에서 계약이 종료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린동원’이라 불리며 롯데 팬들의 사랑을 받은 린드블럼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여느 이별과는 달랐다. 잡음이 불거진,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별이었다.
린드블럼은 11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장문의 편지를 게시했다. 그는 “2018 시즌부터 부산을 떠나게 된 것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롯데와의 재계약 결렬으로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이어진 그의 고백은 소속구단 롯데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다. 그는 “롯데 구단에 FA 조항을 요구한 것은 제 딸의 건강문제나 돈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지난 7월 계약 때 보류권 제외 조항을 요구한 것은 롯데 구단의 정직하지 못한 처사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진정으로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계속해서 언론에 제 딸 먼로의 건강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이 때문에 제가 롯데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핑계를 여러 번 암시했다”면서 “정도를 지나쳤다. 구단은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으로 언론 플레이를 이어갔다”고 강조했다.
린드블럼의 편지가 언론에 공개되자 팬들의 화살은 롯데 구단을 향했다. 자연히 재계약 결렬의 책임도 온전히 롯데가 짊어지게 됐다. 롯데는 앞서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와의 협상 과정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게 알려져 팬들의 신뢰가 바닥을 친 상태였다. 린드블럼의 해당 발언은 이러한 팬들의 심리에 편승해 더욱 힘을 얻었다.
하지만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린드블럼이 두산 구단과 145만 달러에 계약했단 것이 밝혀지면서 여론이 동요했다. '언플'을 시도한 건 오히려 린드블럼이라는 시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린드블럼의 편지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상당히 불친절하다.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 근거는 부족하다. 린드블럼은 편지에서 자신이 FA 조항을 요구한 것은 딸의 건강이나 돈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롯데 구단의 정직하지 못한 처사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만 설명했을 뿐 그의 장황한 문장 속에서 구체적인 정황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KBO 잔류를 결정, 두산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칼을 뽑았다면 협상 과정을 낱낱이 밝혔어야 했다. 롯데를 비판하는 두루뭉술한 서술은 무분별한 추측과 확대 해석을 낳고 부풀렸다.
또한 린드블럼은 롯데가 딸의 건강으로 언론 플레이를 했다고 강조했지만 보도된 기사들을 찾아보면 롯데가 직접 딸의 건강을 언급한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몇몇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재계약이 우선이나 린드블럼의 딸 건강이 변수로 남아있다”는 식으로 답변했으나 맥락 상 이전 딸 수술 문제를 이유로 미국행을 택했던 린드블럼의 사례를 염두에 둔 신중한 태도였다. 최근 보도된 기사에서도 린드블럼과 금액에서 이견이 있단 사실을 강조했을 뿐 재계약 결렬이 딸의 건강 때문이라고 몰아간 적은 없다.
반면 최근의 정황에 미루어 볼 때 롯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한 보도를 통해 린드블럼이 117만 달러에 재계약한 브룩스 레일리를 상회하는 연봉을 요구해 당혹스럽다고 얘기한 바 있다. 레일리는 시즌 시작부터 마운드를 지키면서 후반기 맹활약으로 롯데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린드블럼 역시 후반기 좋은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시즌 중간에 들어왔기 때문에 레일리와의 직접적인 공헌도 비교가 힘들다. 레일리보다 큰 금액을 안겨준다면 분명 형평성에 어긋난다. 팀 화합도 깨질 수 있다.
만약 롯데가 소극적인 협상 태도를 숨기고자 언론 플레이를 했다면 린드블럼의 계약 금액은 117만 달러와 엇비슷했어야 한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두산과 무려 145만 달러에 계약했다. 롯데의 주장대로 금액 차이에서 상당한 이견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린드블럼이 구단이 말한 구단의 진정성 없는 태도는 '돈'일 수도 있다. 자신이 요구한 금액을 롯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간 롯데가 소속 선수들과의 협상에서 보인 행보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프랜차이즈 스타 장원준과 강민호가 팀을 떠나는 과정에선 분명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다. 이들이 롯데가 요구한 것보다 적은 금액에, 또는 동일한 금액에 팀을 옮긴 정황이 이를 방증한다. '갑질' 구단이란 손가락질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다르다. 롯데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이용해 린드블럼이 도리어 '언플'을 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다. 롯데로선 이번 비난이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 롯데 구단은 말을 아끼면서도 “정중하게 린드블럼을 대했다”며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이번 일을 통해 협상과정에서의 태도와 스킬 등은 되돌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유독 롯데가 선수들과의 마찰이 빈번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소속 구단과 오래 함께 한 NC의 에릭 해커,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재계약이 결렬됐다. 니퍼트는 충격적인 결과에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고 해커의 경우 SNS와 언론 보도를 통해 NC와 팬들에 감사의 작별 인사를 남겼다. 구단과 린드블럼의 정확한 속사정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앙금만 남은 이별은 씁쓸함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