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환자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병원은 환자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인천성모·국제성모 병원 둘러싼 각종 논란

기사승인 2017-12-19 00:07:00

그들이 예수께 물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마르코 복음서 12:13~17 )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환자를 돌보는 병원은 누구의 것인가.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가.” 인천성모 및 국제성모 병원을 둘러싼 작금의 모든 논란은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지난 17일 경기도 부평1·2동 및 답동 성당 인근. 영하 10도의 매서운 날씨에 행인들은 외투로 몸을 감싸고 발길을 재촉했다. 이날 미사를 위해 성당에 모여든 신자들은 생경한 광경을 목격했다. 피켓을 들고 전단을 나눠주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성당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피켓에 쓰여 있는 구절은 더욱 생소했다.

천주교 인천교구는 성모병원 사태를 해결하라’, “병원은 적자인데, OO 신부 회사는 매년 수익 증가해”, “OO 신부 강제로 직원들 거리로 보내 병원 홍보활동 강요”, “OO 신부 개인회사 차려서 병원과 부당내부거래 의혹 밝혀져”, “정말 모른다면 부원장 신부의 거짓말, 알고도 모른 체하면 인천교구장님의 거짓말.

이들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유지현, 이하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었다. 최근 <뉴스타파>인천성모병원을 고발하는 뉴스를 보도한 이후, 이들 병원에 대한 뒷말이 무성한 터. 노동부의 근로감독 과정 및 부원장 신부에 대한 언론 보도와 국회 기자회견도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여러 의혹에 대해 천주교 인천교구가 명료한 입장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주말 인천교구 소속 성당에서 항의 피켓팅이 진행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조치였다.

그러나 현재 인천교구는 병원일은 병원에 문의하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천주교 인천교구 관계자가 주교에게 해당 사안에 대해 전달을 했다“(주교가) ‘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니 거기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장면인 <뉴스타파>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했.

병원은 누구의 것인가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은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수년째 매달리고 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와 인천성모·국제성모병원 정상화 인천시민대책위원회가 진행한 국제성모병원 신부의 부당 내부거래 규탄, 천주교 인천교구의 해명 및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 부위원장은 향후 검찰 고발을 예고했다.

박민숙 부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신부는 인천성모병원의 행정부원장을, 국제성모병원에선 의료부원장, 가톨릭인천학원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신부는) 각 병원의 최고 경영진을 하고 있고 본인 이름으로 20137월 지주회사를 설립, 지주회사를 통해 8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자회사를 통해 병원 사업을 독점 계약했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를 대단히 부당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통상 병원들이 외주업체에 일을 맡기는 이유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임을 감안할 때, <뉴스타파>가 분석한, 국제성모병원의 의료수익 대비 외주용역 비율 11%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박 부위원장은 병원에는 손해를 끼치고 그 수익 대다수는 자회사의 수익으로 가져간 것이라며 변호사 자문결과, 업무상 배임과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내부 부당거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박 부위원장의 이러한 지적과는 별도로 의료기관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합법적'인 사업이다. 천주교 서울교구의 경우를 보자. 서울교구는 가톨릭 중앙의료원, 서울성모병원, 여의도 성모병원 등을 운영하는데, ‘평화드림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의료용품·보안·청소·경비 등의 계약을 맺고 있다. 여기서 나온 모든 수익은 다시 학교법인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교구는 평화드림을 홈페이지에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박민숙 부위원장이 비판 일성을 높이는 부분은 이 지점이다. 그는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을 비교하며 신부가 운영 중인 8개 자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368억 원이었으며, 공시된 수익금 14억 원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인천교구 측이 병원 운영과 관련한 모든 부분은 신부에게 위임했다는 답변에 대해 박 부위원장은 꼬리 자르기라고 꼬집었다.

현재 노조 및 시민사회단체와 병원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해결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사실의 진위와 관련 없이, 뉴스가 유통된 인터넷 공간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여러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병원이 관련돼 있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