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신생아 4명 사망사건…병원 관리 전반에 ‘허점 투성’

[친절한 쿡기자] 신생아 4명 사망사건…병원 관리 전반에 ‘허점 투성’

신생아 4명 사망사건…병원 관리 전반에 ‘허점 투성’

기사승인 2017-12-20 13:37:51

‘노인과 바다’를 쓴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단어 6개를 사용한 문장으로 친구들을 울렸던 일입니다. “팝니다. 한 번도 신지 않은 아기 신발”(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걸음마도 떼지 못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얼마 전, 이처럼 가슴 미어지는 사건이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목동병원)에서 일어났습니다.  

19일 목동병원 장례식장, 신생아 4명의 발인식이 유가족들의 눈물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지난 16일 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미숙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목동병원의 신생아 관리 전반에 허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건의 발생은 이렇습니다. 이날 오후 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같은 병상에 있던 미숙아 4명이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심박수는 분당 200회를 넘었습니다. 신생아 4명의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자 의료진들은 세균 감염 등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결국, 같은 날 오후 9시32분 한 미숙아가 사망했습니다. 이후 82분 동안, 나머지 3명도 숨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19일 사망한 미숙아 4명 가운데 3명에게 ‘시트로박터 프룬디’(시트로박터균)가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시트로박터균은 3가지 계열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져 ‘슈퍼박테리아’로 불립니다. 보통 성인의 장에서 발견되는 시트로박터균은 호흡기, 비뇨기, 혈액 등을 통해 전염됩니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에게 각종 감염을 유발할 수 있죠. 

이번 미숙아 4명의 사인으로 세균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목동병원의 의료기기 위생 및 신생아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목동병원의 비위생적인 실태가 고발됐습니다. 지난 9월, 생후 5개월 영아의 수액통에서 날벌레가 나왔습니다. 병원 측은 수액 주입 13시간이 지난 후에야 날벌레를 발견했습니다.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옆에서 바퀴벌레를 봤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목동병원을 이용한 한 아이 부모는 JTBC ‘뉴스룸’에서 “간호사가 비닐장갑 없이 두루마리 휴지를 이용해 바퀴벌레를 잡았다”고 말해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전염성 질병을 앓는 직원이 목동병원에서 일한 사실이 지난 7월에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한 간호사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한 것입니다. 질병관리본부는 3달 동안 이 간호사가 근무하던 곳의 신생아 166명의 결핵 감염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신생아 2명, 직원 5명에게 ‘잠복결핵’ 양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의료 과실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5년 목동병원의 한 의사는 안과 질환이 있는 아이를 두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달 뒤,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서울대병원을 찾은 이 아이는 시력 회복이 어려운 망막병증을 진단받았습니다. 지난 2014년 4월에는 좌우가 뒤바뀐 엑스레이 필름으로 축농증 환자 578명을 진료했습니다. 이 가운데 120여명이 정상인 코를 치료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회는 이번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초기대응 미흡·의료진 인원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허술한 보고체계로는 감염관리를 정확히 할 수 없다”며 “비상사태에 신속대응 할 수 있는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사 수는 일본의 4분의1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의사·간호사·신생아실 수 등 산부인과가 갖춰야 할 조건을 국가가 관리하지 못한 것이 사고 이유”라고 꼬집었습니다. 

초기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직원을 늘림으로써 병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의 마음가짐이 아닐까요. 의료진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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