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배임 등 경영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총수 법정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되면서 롯데그룹은 산적해있는 경영문제를 우선 해결할 수 있게 됐다.

◇ 신 회장 1심서 집행유예… 한 숨 돌린 ‘뉴롯데’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해 일부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롯데피에스넷이 ATM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중간업체로 롯데기공 등을 끼워넣거나 자본잠식에 빠진 롯데피에스넥의 유상증자에 계열사를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471억원대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으나 법원은 이를 ‘경영상의 판단’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을 서 씨 모녀가 운영한 회사에 임대형식으로 넘겨 779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 역시 정확한 손해액 산출이 어려워 ‘특경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로 판단됐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공모해 서미경 이사의 딸 신유미 씨에게 508여억원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한 혐의는 인정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배임·횡령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에 벌금 35억원이 선고으나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다.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특경법상 횡령 혐의의 공범으로 기소됐던 신 전 부회장은 무죄를, 탈세·배임 공범으로 기소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징역 2년, 서미경 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채정병 전 지원실장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결정됐다. 이외에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소진세 롯데사회공헌위원장, 강한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 대주주 적격성 논란 여전히 남아

이번 판결로 롯데그룹은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됐다. 이에 따라 내년 4월까지 마무리해야하는 지배구조개선작업은 계획대로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호텔롯데 상장과 화학계열사 분할합병 숙제 역시 신 회장의 경영지휘 아래 진척될 전망이다.

다만 집행유예 판결로 대주주 적격성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사는 금융사를 보유하지 못하게 돼있어 롯데지주는 2년 내에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롯데캐피탈 등의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현행 지배구조법상 금융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거나 공정거래법·조세법처벌법 등 위반사실이 있는 경우 금융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현재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는 롯데쇼핑이며 이 롯데쇼핑의 대주주는 신 회장이다. 

금융사 대주주 결격사유가 발생할 경우 최대 5년간 10% 이상 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거나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따라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신 회장은 해당 지분을 어떻게 관리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 1월 26일에 예정돼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선고공판도 앞두고 있다. 지난 14일 신 회자은 최 씨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4년, 추징금 70억원을 구형받은 상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더욱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