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요계에서는 누가 주목받았을까. 올해를 대표하는 가수와 현상으로 가요계를 되돌아봤다. Mnet ‘프로듀스 101’의 영향력은 지난해보다 막강해졌고 국민 투표로 탄생한 아이돌 워너원은 그야말로 전 국민적 관심을 얻었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해외에서 믿기 어려운 소식을 연이어 전했고 내년에도 이 기세를 이어가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아이유는 두 장의 앨범을 통해 음악성을 인정받는 동시에 예능을 통해 화제성도 거머쥐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볼빨간사춘기는 역주행의 신화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했고 멜로망스는 그와 비슷한 행보를 걸으며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유독 치열했던 음원 시장에서 대중이 가장 많이 선택한 곡은 ‘도깨비’ OST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였다.
△ 신인 같지 않은 신인 워너원과 아이돌 오디션 열풍
상반기 뜨거웠던 ‘프로듀스 101’ 열풍은 그룹 워너원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하반기를 뜨겁게 달궜다. Mnet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탄생한 11인조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은 데뷔와 동시에 전례가 없는 인기를 얻었다. 데뷔 후 촬영한 광고만 약 15개. 2017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 등에서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팬덤 응집형 인기와 대중적 인기를 고루 갖춘 셈이다.
데뷔부터 화려했다. 워너원은 지난 8월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데뷔 앨범 ‘투 비 원’(1×1=1·TO BE ONE) 발매 기념 공연을 열고 2만 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요계에 첫발을 뗐다. 당시 3만3000원이 정가이던 티켓은 수백만 원에 암표 거래되기도 했다.
팬들이 투표로 뽑은 타이틀곡 ‘에너제틱’(Energetic)은 발표와 동시에 실시간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이후 꾸준히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앨범 판매량도 놀라웠다. 워너원은 데뷔 앨범 ‘투 비 원’을 약 73만 장(가온차트 기준) 넘게 팔아 치웠다. 리패키지 앨범 판매량도 30만 장을 넘어 3개월 만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데뷔 이후 워너원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됐다. 출연 프로그램은 물론, 첫 정산까지 대중의 관심이 드높았다. 특히 방송 투표 1위를 기록한 강다니엘의 인기는 신드롬에 가까웠다. 강다니엘은 팀 활동과 동시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친숙한 이미지를 선보이며 ‘국민 센터’로 자리매김했다. 시사 주간지 표지를 장식하는 등 각 분야에서 강다니엘의 인기를 주목했다. 최근 부산과 서울에서 팬미팅을 성공리에 개최한 워너원은 내년에도 신인답지 않은 신인의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프로듀스 101’과 워너원의 인기가 대단했기 때문일까. 2017년 하반기에는 아이돌 오디션만 두 프로그램이 동시에 방영됐다. KBS2 ‘더유닛’ JTBC ‘믹스나인’은 각각 데뷔한 아이돌과 연습생을 상대로 경연을 펼쳐 9인조의 팀을 이룬다는 비슷한 포맷으로 눈길을 끌었으나, 화제성을 끌어내지 못하고 답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돌 오디션의 종말을 전망하긴 이르다. Mnet 측이 2017 MAMA 일본 공연에서 ‘프로듀스 48’ 론칭을 예고한 것. 일본 AKB48 제작진과 협업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듀스 48’의 성공 여부가 내년 가요계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내년이 더 기대되는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의 한해였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사로잡으며 새로운 기록을 쏟아냈다. 올해 데뷔 4년 차인 방탄소년단의 성장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꾸준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앨범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또래의 청춘과 소통하던 행보로 정상에 닿은 것. SNS를 적극 활용해 전 세계의 팬을 사로잡은 것도 주목할만하다.
방탄소년단의 기세는 지난 5월 미국에서 개최된 빌보드뮤직어워드에서 증명됐다. 방탄소년단은 이 시상식에 K팝 그룹 최초로 참석해 톱 소셜 아티스트상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들은 귀국 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꾸준히 팬들과 소통을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는 동시에 “빌보드 메인차트인 핫100 차트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꿈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졌다. 지난 9월 발매한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의 타이틀곡 ‘디엔에이’(DNA)가 빌보드 핫100에 85위로 진입한 것. DJ 스티브 아오키, 래퍼 디자이너와 협업해 최근 발표한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 버전은 빌보드 핫100 28위를 기록했다.
더불어 방탄소년단은 2017년 아메리칸뮤직어워드에 퍼포머로 초대돼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아메리칸뮤직어워드는 빌보드뮤직어워드, 그래미뮤직어워드와 함게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시상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방탄소년단은 CBS ‘제임스 코든의 더 레이트 레이트쇼’ NBC ‘엘렌쇼’ ABC ‘지미 키멜 라이브’ 등 토크쇼에 출연해 영미권 팬들의 뜨거운 관심에 화답했다.
앨범 판매량 부문에서도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7일 가온차트에서 발표한 11월 앨범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러브 유어셀프 승 허’로 총 142만4886장의 판매고를 올려 단일 앨범 100만장 돌파 기록을 썼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 10일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앞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한 번의 해프닝이 아닌 하나의 모델로 정착시키고 싶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한국어 노래로 세계무대에 설 것을 예고했다. 이 자리에서 방탄소년단은 “올해 많은 일이 있었기에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고 2018년을 맞이하는 포부를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31일 방송되는 미국 신년맞이 프로그램 ABC ‘딕 클라크스 뉴이어스 로킹 이브’에 출연하는 것으로 새해를 연다.
△ 최고의 아이돌이자 아티스트 아이유
가수 아이유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앨범 수록곡 ‘가을아침’을 예고 없이 공개한 당일이었다. 아이유는 자신의 데뷔일인 9월 18일 팬을 위한 선물로 양희은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가을아침’을 음원 사이트에 선보였다. 공개 시간은 오전 7시. 일반적으로 사전 홍보 후 정오나 오후 6시에 음원을 발매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행보였다. 당시 소속사 측은 “오전 7시는 순위 반영에 영향을 주는 시간이 아니어서 거의 노래가 발표되지 않는 시간대”라며 “성적과는 무관하게 팬들이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유의 진심이 담긴 노래”라고 설명했다.
진심은 통했다. ‘가을아침’은 음원차트에 1위로 등장했고 오랜 기간 그 자리를 지키며 사랑받았다. 음악과 팬에 대한 아이유의 진심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앨범 발표 시기에 故 김광석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에 수록 예정이었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앨범에서 제외한 것이다.
아이유는 팬미팅에서 자신이 부른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공개하고 “오랜 고민 끝에 아쉽게도 이 곡을 음반에 싣지 않기로 했다”며 “음악 외적인 감정으로 인해 듣는 이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와 같은 행동은 원작자와 듣는 이를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앨범에 앞서 발표한 정규앨범 ‘팔레트’도 큰 호응을 얻었다. 전작 ‘스물셋’이 종잡을 수 없는 아이유 자신을 솔직하게 담은 노래라면, ‘팔레트’는 자신 안에 있는 여러 색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아이유가 부르는 노래였다. 아이유는 이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아 지드래곤, 선우정아, 오혁 등 다양한 뮤지션과 협업해 다채로운 색이 담긴 팔레트를 완성했다.
더불어 아이유는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에 출연해 독특하면서도 진솔한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올해 훌륭한 아이돌이자 아티스트였던 아이유는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 대중의 선택, 볼빨간사춘기와 멜로망스 그리고 OST
지난해 역주행은 한때의 바람이 아니었다. 지난해 ‘우주를 줄게’ 역주행으로 주목받은 여성 듀오 볼빨간사춘기는 지난 9월 28일 발표한 미니앨범 ‘레드 다이어리 페이지1’(Red Diary Page.1)으로 역주행이 아닌 정주행 스타 반열에 올랐다. 타이틀곡 ‘썸 탈거야’는 공개와 동시에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고 수록곡도 모두 상위권에 올라 차트에 줄을 섰다.
올해는 남성 듀오 멜로망스가 볼빨간사춘기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SNS를 통한 입소문에 기대 음원차트에서 역주행 신화를 쓴 것. 멜로망스의 ‘선물’은 볼빨간사춘기, 트와이스, 에픽하이, 임창정 등 음원 강자가 포진했던 지난달 차트에서도 1위를 유지하는 무서운 저력을 보였다. 다가오는 새 해 멜로망스가 볼빨간사춘기처럼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와 같은 대중의 선택은 드라마 OST 부문에서도 돋보였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서 발표한 2017년 가온차트 미리보기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가장 사랑받은 노래는 에일리가 부른 tvN 드라마 ‘도깨비’ OST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다. 이 노래는 지난 1월 1일부터 지난 12월까지 가온차트 디지털종합차트 누적집계와 다운로드종합차트, 스트리밍종합차트 각각의 누적집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