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가 최근 산하 의료기관과 학원에 대한 사제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눈에 띄는 것은 국제성모병원의 의료부원장인 박문서 신부의 ‘휴양’ 발령이다. 인천교구는 “13년만의 휴식”이라고 말하고 시민사회단체는 “꼬리자리기 꼼수”라고 비판한다. 이렇듯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병원장에서 물러나는 이학노 인천성모병원장은 26일 병원 직원들에게 깜짝 ‘선물’을 선사했다. ‘성과금’이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사는 보직을 내려놓고, 병원 직원들에게는 성과금을 쥐어준다”… 이로써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을 둘러싼 오랜 잡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까?
일부 언론은 박문서 신부의 이번 조치를 ‘징계’ 성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앞서 “박 신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를 설립, 자회사를 통해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의 용역사업들을 수주 받고 있다”는 보도를 전한 <뉴스타파>는 이번 휴양 발령을 ‘중징계’로 해석했다.
일단 이 같이 단정키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통상 천주교 사제의 휴양은 치료 등의 목적으로 사제 본인이 휴식을 신청하던지, 교구장의 명령에 따라 쉬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휴양 자체를 중징계로 해석하지 않는다.
다만, 해당 발령이 최근 박 신부를 둘러싼 ‘잡음’ 해소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은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뉴스타파>를 필두로 박 신부에 대한 언론보도는 비판 일색이었다. 인천교구의 책임론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코자 이러한 발령을 내렸다는 정황상 해석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인사발령을 “꼬리 자르기”에 빗댔다. 한 관계자는 “(인천교구에) 불똥이 튀는 것을 막고자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교구 내부에서도 저항이 거센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휴양 발령은) 박 신부를 보호하고 이것을(책임론) 막기 위한 조치”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천주교 인천교구 측은 “정기 인사의 성격”이라며 세간의 의구심을 일축했다. 박문서 신부의 휴양과 관련해서도 “병원 근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며 “10여 년 동안 병원에 있었으니 주교님이 쉬라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박문서 신부는) 안식년을 챙기지 못했다”면서 “아프다는 의미 보다 휴식을 가지라는 의미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 발령 시점에 대해서도 “(인사발령은) 으레 연말마다 있어왔다”며 “(정기인사와) 같은 개념의 발령으로, 연말과 연초에 진행돼 왔다”고 확대해석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해당 관계자는 “7월을 포함해 상시적으로 인사 발령은 이뤄진다. 27일 대규모 인사이동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기 인사발령이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박문서 신부를 보직에서 내렸다는 모양새가 핵심이다. 이로써 이번 잡음을 일단락 짓겠다는 인천교구의 ‘바람’은 이학노 전 인천성모병원장이 26일 전한 병원 직원에 대한 성과금 지급 발표에서 더욱 명료하게 드러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논란에 대한 사과 없이 ‘입막음’을 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